“BBC 그들은 아무도 징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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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국= 장정훈 통신원

이번에도 필자는 BBC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또 BBC다. 필자도 지겹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대한민국 방송의 맏형이라는 KBS에 관한 소식을 듣고 있으면 속이 부글 부글 끓는다.

KBS는 BBC를 형님 방송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해마다 문턱이 닳도록 BBC를 찾는다. 배우고 싶어서, 닮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런데 BBC를 제대로 따라하는 건 단 하나도 없다. KBS에 머리 좋은 인재들이 수천명 모여 있다는 말은 진실이 아닌가 보다.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에게 선생이 할 수 있는 건 새로운 걸 가르치기 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같은 걸 계속해서 반복해 주는 거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도 BBC를 이야기 하려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말이다. 이미 했던 이야기들이다.

BBC가 다루지 못하는 뉴스는 없다. BBC 직원들의 파업에 대한 뉴스 역시 BBC 뉴스를 통해 볼 수 있다. 일전에도 여러 번 썼다. BBC는 스스로를 비추어 만천하에 보여주는 거울도 가지고 있다고.

▲ BBC 홈페이지 ⓒBBC
지난 11월 BBC의 기자들과 기능직 직원 4100명이 파업을 했다. 연금삭감에 반대해 48시간 시한부 파업을 실행한 것이다. <오늘의 라디오 4>가 방송되지 못하는 등 방송에 차질을 빚었다. BBC는 그런 자사의 파업소식을 뉴스로 전하면서 연금 관련 책임자를 스튜디오로 불러 노조와 대질 인터뷰를 했다. BBC는 파업 이후 아무도 징계하지 않았다.

2018년 월드컵 개최를 꿈꾸던 영국의 희망이 무너졌다.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수상과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그리고 런던시장까지 스위스 취리히로 날아가 ‘막강 로비’를 펼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러시아를 개최지로 선정했다. 이후 1시간 만에 5000개가 넘는 댓글폭격이 BBC 웹사이트로 쏟아졌다. BBC를 원망하는 목소리들이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개최지 선정 투표가 있기 바로 전날 BBC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를 통해 FIFA의 비리를 폭로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사람들은 BBC가 FIFA의 심기를 건드려 국익에 엄청난 피해를 불렀다며 분당 약 100개에 이르는 댓글을 퍼부었다.

사실 그 비난은 비난이 아니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서운함을 하소연 할 곳이 필요하던 차에 BBC가 딱 걸린거다. 영국이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알겠다며 오히려 BBC를 응원하는 글도 상당수였음을 감안하면 필자의 생각이 전혀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라 믿는다.

중요한 건 영국 정부도 BBC 내부에서도 사전에 <파노라마>의 방송을 막지 않았다는 거다. 방송 이후에도 국가에 엄청난 해를 불렀다며 징계를 받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몇해 전 BBC의 <언더커버 리포터>가 경찰학교에 위장 입교해 인종차별 실상을 폭로한 적이 있었다. 방송 전 경찰청은 BBC가 방송을 강행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갖은 협박을 가했다. 방송 후 경찰청은 꼬리를 내리고 문제의 경찰들의 옷을 벗겼다. BBC는 권력에 굴하지 않고 방송을 했고 아무도 징계하지 않았다.

금융위기 초기 국회 재무위원회는 주요 언론사의 경제 담당 기자들을 불렀다. 그리고 물었다. 경제위기에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가? 언론은 왜 국가에 경제 위기가 닥치기 전에 경고를 하지 않았는가? 선정적인 언론의 보도로 국가와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 물음에 대해 BBC의 스타 경제기자 로버트 페스톤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나의 직업은 기자다. 이야기를 찾고, 만드는 게 나의 직업이다. 보도 후 충격이나 피해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대중이 관심 있어 하고, 그들에게 알 권리가 있다면 나는 보도한다. 영국 정부는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아 국민의 불안을 사고 있다. 언론은 균형 잡힌 보도를 통해 긍정도 비관도 아닌 정확한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

그는 국가 경제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었지만 그의 보도가 금지당한 적도 그 자신이 징계를 받은 적도 없다.

BBC에도 보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난 기자가 있었다. 앤드류 길리건 기자다. 지난 2004년 정부가 이라크전을 위해 정보를 왜곡했다는 보도를 했다가 보따리를 싼 사람이다.

▲ 영국=장정훈 통신원 / KBNe-UK 대표
그런데 그가 회사를 떠날 때 BBC의 사장과 이사장이 함께 보따리를 쌌다. BBC는 그의 보도를 막지 않았고, 그를 징계하지도 않았다. BBC의 최고위 간부들은 정부 권력에 대항해 부하이며, 후배이며, 동료인 길리건 기자와 운명을 같이 했다.

KBS여! 부탁이다. BBC를 배우려거든 제대로 배워라. 배울 맘이 없거든 국민세금 축내지 말고 BBC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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