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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추적 60분>‘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편이 우여곡절 끝에 오늘 밤 방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이 사측과 일부 내용을 수정하기로 협의하고 스튜디오 녹화를 마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추적 60분>이 2주 연속 불방된 실체적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당초 8일로 예정된 방송에 대해 사측은 10일에 열릴 4대강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보류 결정을 내렸지만 재판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 또 다시 ‘균형성’을 문제 삼으며 방송을 내보내지 않아 언론계 안팎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해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두 가지 중요한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방송이 “객관성, 공정성, 균형성을 유지했다”고 명시한 심의실 문건과 청와대에서 <추적 60분>이 천안함과 4대강 등 이른바 ‘반정부적 이슈’를 다루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문건이다. 결국 사측은 스스로 거짓말을 했음이 들통 났고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은 피할 수 없게 된 셈이 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영진은 비판 여론을 등한시한 채 오히려 프로그램 CP에게 신변 정리를 강요하더니 급기야 PD와 기자, 아나운서 등 조합원 60여명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 있단 말인가?

▲ 지난해 11월 24일 김인규 KBS 신임 사장이 노조가 출근을 가로막자, 간부·청원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PD저널

논란의 중심에 김인규 사장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방송전략실장을 지낸 인물로 PD저널리즘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그는 취임 전인 2008년 11월 ‘서울대 동문회보’와의 인터뷰에서 “KBS PD 300명을 들어내도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방송 개혁 1번이 PD 개혁이다”같은 막말을 쏟아내며 PD프로그램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밝힌 바 있다.

그의 취임 1년 동안 KBS는 <추적 60분>의 잇단 파행, G20 정상회의 관련 3300분 과다 편성, <열린음악회>의 ‘원전 수주’ ‘이병철 기념’ 방송 논란, <아침마당> 대통령 부부 출연 등 끊임없이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오죽하면 KBS가 말하는 공정방송은 ‘공공연한 정권 홍보 방송이냐’는 말까지 시중에서 회자되고 있을까.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에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선정됐다고 한다. 이 말은 쫓기던 타조가 머리만 덤불 속에 처박은 채 꼬리는 숨기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으로 진실이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뜻한다. 김인규 사장에게 ‘장두노미’의 교훈을 곱씹어 볼 것을 권한다. 김 사장은 <추적60분> 연속 불방과 관련한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 문책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그것이 KBS 구성원들에 대한, 그리고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는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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