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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의 예능의 정석]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연출 임정아·선혜윤·최행호, 금요일 오후 9시 55분)이 실체를 드러냈다. 지난 달 5일 예고 방송으로 첫 문을 열었던 〈위대한 탄생〉은 지난 3일부터 한국과 일본, 미국을 넘나들며 본격적인 오디션을 시작했다.

알다시피 〈위대한 탄생〉은 “왜 우리는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 같은 프로그램을 못 만드느냐”는 김재철 사장의 질책에 따라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물론 제작진은 이 같은 연관성을 부인하며 ‘별밤 뽐내기’에서 〈악동클럽〉 등으로 이어진 MBC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사를 강조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시작 전부터 〈슈스케〉의 아류작이란 꼬리표가 붙었고, 또 기대보다는 우려를 모았던 게 사실이다.

뚜껑을 열고 보니, 애초 우려에 비해선 만듦새가 나쁘지 않다. 김태원, 이은미, 신승훈, 방시혁, 김윤아 등 5인의 멘토를 중심으로 한 심사위원단의 면면은 그럴 듯 하고, 화면의 때깔이나 편집도 제법 감각적이다. 오디션 예선 무대만 놓고 보면 〈슈스케〉에 비해 참가자들의 실력도 뛰어난 편이다. 김혜리, 허지애, 윤건희 등 화제의 출연자들도 나왔다. 아직까진 시청률이 8~9%대로 부진하지만, 파이널 무대로 갈수록 시청률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MBC

하지만 〈아메리칸 아이돌〉 ‘TOP 24’ 출신 폴김의 탈락과 아픈 개인사를 가진 참가자의 합격, 반전을 이용한 편집 등 〈슈스케〉를 의식적으로 배제했음에도, 그래서 더욱 유사하게 느껴지는 점은 어쩔 수 없는 한계다. MC 박혜진의 어정쩡한 역할과 노래 장면만 지루하게 나열한 연출과 편집의 문제 등 개선할 점도 많다.

무엇보다 문제는 왜 오디션을 하고, 어떤 스타를 찾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가이다. 실력파 가수를 찾아내려는 건지, 글로벌 ‘스타’를 원하는지, 감동을 끌어내고자 함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슈스케〉를 뛰어넘는 화제와 인기를 누리고자 하는 것인지. 목적 자체가 불분명하다 보니 심사 기준부터 ‘실력’인지 ‘가능성’인지 아리송하다.

〈슈스케〉는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슈스케〉도 ‘아류작’이었다. 하지만 성공했다. 〈위대한 탄생〉 역시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초반부터 ‘심사위원 재량’으로 합격자를 갑절로 늘리거나, 적당히 사연을 끼워 넣어 구색 맞추는 식으로는 오디션의 권위는 물론 감동마저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슈스케〉라는 뛰어난 예시 답안을 앞에 놓고도 오답을 적을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모범 답안을 제시할 것인 지는 〈위대한 탄생〉 자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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