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칼럼- "노예파동"의 정치경제학 시론(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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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자본의 거대화와 그 탐욕적 본성

|contsmark0|소위 "노예파동"이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연제협" vs "2580"의 구도를 넘어 곳곳에서 의용군(?)이 나서고 대리전이 벌어지는가 했더니, 최근 들어선 양 진영이 제한전을 벌이며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어쨌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contsmark1|솔직히 같은 방송쟁이의 입장이라서인지 표현의 자유 위축, 제작 자율성의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먼저 앞선다. 합리적인 절차는 도외시한 채 실력행사에 돌입한 연제협측의 예상치 못한 과격(?)함! 그것은 그나마 당사자니까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해도 정말 화가 나는 것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끼어 들어 사원(私怨)을 갚는 듯한 일부 신문의 행태다.
|contsmark2|하지만 그저 분노만 하기에는 뭔가 찝찔한 구석이 없지 않다. 사안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방송계의 대응에서는 왜 주춤거리는 모습이 눈에 띄는가? 원인은 비교적 명확하다. 하지만, 이처럼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구조적 배경은 무엇인가?
|contsmark3|이번 "힘겨루기"는 우리 pd들의 제작 자율성과 진정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교양부문 pd의 시각에서 감히 설익은 분석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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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연예·오락 지형의 오늘
|contsmark6|이번 파동의 전개과정을 돌아볼 때 누구의 눈에나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연제협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파워다. 10여년 전부터 대기업과 광고 대행사, 외국 자본들이 잇따라 연예산업에 진출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그들의 힘은 어느덧 거대 방송사에 맞서 장기전을 수행할 정도에 이르렀다.
|contsmark7|그들이 가진 힘의 바탕은 문화적 전문성 이라기 보다 조직력과 자금력이 일차적이다. 그들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대중의 코드를 읽고, 철저한 상업적 기획 하에 멤버를 구성하고 그 코드에 따라 춤, 패션, 캐릭터를 개발 또는 표절해 연습시킨다. 그렇게 해서 웬만큼(!) 노래, 연기실력을 갖춘 "스타"를 제조해낸다.
|contsmark8|그리고 그들의 힘은, 지난 11일 연제협이 소속 연예인 100여명을 기자회견에 동원해 방송사를 압박한데서도 입증되듯이, 그들이 만들고 관리하는 스타급 연예인(주로 한국 내에서만 통하는 정도의 실력을 갖춘)들과의 긴밀한 공생관계를 통해 날로 확대 재생산된다.
|contsmark9|스타와의 공생관계를 바탕으로 그들은 수많은 스타지망생과 일부 햇병아리 스타들을 노동시간이나 생산량과는 무관한 불평등 계약에 묶어놓고, 방송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contents 공급을 과점한다. 나아가 이 과점권을 발판으로 음반, 광고 시장 등을 석권하여 막대한 이익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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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대형 연예기획사의 콘텐츠 과점
|contsmark12|따라서 현대 한국 대중문화의 실질적 기획자인 연예자본은 스타시스템을 유지·강화하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신인에게 투자해 성공할 확률이 극히 낮고, 자칫하면 한 순간에 잊혀질 위험이 상존하는 연예시장의 특성상, 투자손실의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연예자본의 입장에서는 극소수 연예인들만을 중심으로 판을 짜는 것이 가장 소망스러운 까닭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거의 원형 그대로 방송에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contsmark13|- 다음 호에는 하편 "시청률 지상주의와 제작자율성"이 이어집니다.
|contsmark14|이강택 kbs 편성국 pd|contsmar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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