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방송 결산 ② 드라마] 대길이의 눈빛, 구용하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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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방송 결산 ② 드라마] 대길이의 눈빛, 구용하의 미소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0.12.27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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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추노’ⓒKBS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SBS
KBS ‘성균관스캔들’ⓒKBS

드라마엔 공식이 있다. 사극은 지배계급의 권력 다툼이 중심이고, 가족드라마는 늘 가부장 이데올로기를 재확인하는 식이다. 그러나 올 해는 이 공식을 벗어나 성공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추노>와 <성균관 스캔들>, <인생은 아름다워> 등은 참신한 이야기 구조로 올해 드라마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반면 <로드 넘버원>과 <전우>등 6·25 전쟁 영웅들은 기존의 서사를 답습하며 쓸쓸히 퇴장했다. 2010년은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과 ‘정치드라마’의 등장이 돋보였고, <제빵왕 김탁구>의 성공은 올해 드라마 판의 최대 이변으로 기록됐다.

▲ KBS 드라마 ‘추노’ⓒKBS

■ 대길이와 업복이의 분노가 겨눈 곳=KBS <추노>는 조선시대 피지배계급인 ‘추노꾼’ 대길과 업복이 등 노비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신분사회 모순에서 터져 나온 정치적 열망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대길언니와 천지호가 견뎌야 했던 시대의 모순은 오늘날 한국 사회와 놀랄 정도로 비슷했다. 억압받는 민초들은 ‘혁명’을 꿈꾸었고, 그들의 혁명은 실패했으나 성공했다. 눈을 뗄 수 없는 액션과 함께 현실감 있는 시대풍자는 사극을 넘어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성장시켰다는 평이다.

■ 태섭·경수 커플이 만든 ‘균열’=SBS <인생은 아름다워>는 평범해 보이는 대가족에 동성애 커플 태섭과 경수를 등장시켜 기존의 가부장적 권위에 ‘균열’을 일으켰다. 작가 김수현은 일부 여론의 반발 속에서도 “이성애 커플 러브씬보다 더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다”며 꿋꿋이 대본을 써내려갔다. 결국 드라마는 동성애를 공론화하고 이해시키는데 일조했고, ‘김수현 신화’는 계속 이어지게 됐다.

■ ‘성스 폐인’과 잘금 4인방=KBS <성균관 스캔들>(성스)은 사극과 청춘로맨스, 정치물의 서사구조를 성공적으로 버무리며 ‘성스 폐인’과 ‘걸오앓이’등 신드롬을 만들었다. “가장 섬세한 로맨스이자, 가장 큰 메시지를 던지는 정치 드라마”(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외모만 뛰어난 줄 알았던 잘금 4인방의 성장이야기가 불합리한 사회를 바꾸고픈 우리들의 욕망을 순수하게 자극했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추노>와 함께 기존 드라마의 공식을 ‘창조적’으로 파괴했다는 평이다.

▲ KBS ‘성균관스캔들’ⓒKBS

 ■ 대통령 드라마가 왔다=올 해는 대통령이 등장하는 정치 드라마가 화제였다. <선덕여왕>(MBC)과 <대조영>(KBS)의 주인공 고현정과 최수종은 각각 <대물>(SBS)과 <프레지던트>(KBS)의 대통령으로 돌아왔다. 최근의 ‘대통령 드라마’ 경향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바람직한 대통령을 TV속에서라도 보고 싶은 시민들의 욕구가 표출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치드라마가 자칫 정치혐오감이나 국가주의적 선동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물>의 경우 시청률은 좋았지만 극 중 서혜림이 “정치행위 자체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비판도 있다. <프레지던트>는 시청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나머지 시청률 4% 대를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  

■ ‘까도남’의 활약=올 한 해 남성들은 ‘까도남’캐릭터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MBC <파스타>의 ‘쉪’ 최현욱과 SBS <나쁜남자>의 심건욱은 때론 능청스럽게, 때론 시크하게, 때론 부드럽게 여심을 쥐락펴락했다. 최근에는 <시크릿가든> 김주원이 ‘사회 지도층의 윤리’를 운운하며 이태리 장인이 만든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 ‘김똘추’(김주원 똘아이 추리닝)라는 오명과 함께 ‘까도남’의 인기를 이어받았다. ‘맷값 폭행’ 최철원씨와 ‘보온병 포탄’, ‘자연산’ 발언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까도남’(까고 싶은 도시 남자)의 호칭을 얻었다.

▲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SBS

 ■ 전쟁 영웅들의 씁쓸한 귀환, 쓸쓸한 퇴장=‘6·25 전쟁’ 60년을 맞아 공영방송사에 등장했던 전쟁영웅이야기는 우려 속에 등장해 쓸쓸히 퇴장했다. 제작비 130억 원을 들여 선보인 MBC <로드 넘버원>은 비현실적인 전쟁묘사와 무리한 로맨스 설정 등으로 평균시청률 6%대(AGB닐슨)를 기록했다. KBS <전우> 역시 ‘흥행보증남’ 최수종의 출연에도 불구, 14%대의 평균 시청률로 마감했다. 전쟁드라마의 초라한 성적은 시청자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스토리텔링과 디테일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전우>는 김인규 KBS 사장의 ‘특별지시’로 만든 작품으로 방영 전부터 “반공주의를 위한 작품이냐”며 논란이 있었다.

■ 2010년 최대이변, ‘제빵왕 김탁구’=<신데렐라 언니>이후 ‘쉬어가는 드라마’로 여겨졌던 KBS <제빵왕 김탁구>는 올해 드라마시청률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총 30회 동안 평균 시청률은 36.7%였고, 마지막 회 시청률은 50.8%(TNS 기준)를 넘겼다. 김탁구는 천재적인 제빵 실력과 착한 마음을 지닌 재벌의 숨겨진 아들로 등장, ‘하면 된다’는 70년대 식 사고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드라마 속 시대 배경을 살아온 중년세대는 빵집의 추억만큼 과거의 한국사회 성공신화를 그리워하며 김탁구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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