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방송 결산 ① 예능] ‘진짜 감동’에 울고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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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예능은 ‘진짜’에 목말랐다. 〈무한도전〉의 레슬링도, 〈슈퍼스타K〉의 ‘탑11’도, ‘남자의 자격’ 합창단도, 모두 ‘진짜’를 보여줬고, 시청자들은 진심이 만들어낸 감동에 환호를 보냈다.

버라이어티가 ‘진짜 감동’을 좇는 사이, 〈웃찾사〉, 〈하땅사〉 등의 코미디 프로그램과 〈음악여행 라라라〉, 〈음악창고〉 등의 라이브 음악프로그램이 시청률을 이유로 줄줄이 폐지되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왔다. 신정환, MC몽, 김성민의 갑작스러운 방송 하차 등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도 유독 많았던 한 해였다.

■다큐인가 예능인가=올 한해 예능의 화두는 ‘리얼’이었다. 이미 3~4년 전부터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를 이루면서 ‘날것’의 웃음을 추구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으나,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단순히 대본이 없는 것을 ‘리얼함’으로 여기던 것을 넘어 ‘진짜’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MBC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특집’은 그 결정판이었다. 일곱 명의 멤버들은 1년간 깨지고 다치고 부딪치며 레슬링을 익혔고, 지난 8월 실제 시합까지 선보였다. 그 과정에서 흘린 땀과 눈물을 미니시리즈 형식으로 담은 ‘레슬링 특집’은 예능을 넘어 한편의 드라마 또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

▲ 멤버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과 도전으로 뜨거운 감동을 전했던 MBC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특집. ⓒMBC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은 자격증과 합창단에 도전했다. 김국진은 POP, 윤형빈은 손뜨개 자격증을 땄고, 이윤석은 도배기능사 시험에 합격했다. 또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란 이름으로 전국합창경연대회에 나가 입상까지 했다. 국민적 인기를 누린 ‘하모니’편의 성공은 제작진이 ‘연출’을 최대한 배제하며 진정성을 담아낸 결과였다.

■기획이 반이다=올 한해 SBS 〈런닝맨〉, KBS 〈야행성〉 등 신규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신 반면, 〈해피선데이〉, 〈무한도전〉 등 기존 프로그램들은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이들 장수 프로그램의 선전 비결은 다름 아닌 기획력. 매주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장르적 실험까지 마다하지 않는 〈무한도전〉은 그 자체가 뛰어난 기획의 산물이며, ‘남자의 자격-하모니’편 역시 기획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또한 〈놀러와〉는 매주 특정한 공통점이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게스트를 초대하는 ‘기획섭외’ 형식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기획과 연출의 힘을 새삼 일깨웠다.

▲ 탁월한 기획섭외로 토크쇼에 있어서 기획과 연출의 힘을 새삼 일깨웠던 '놀러와' 쎄시봉 특집 편. ⓒMBC
‘리얼’에 기획력이 더해지면서 장기 프로젝트 도전도 유행처럼 번졌다. 벼농사나 에어로빅 등 한발 앞서 장기 프로젝트의 영역을 개척해왔던 〈무한도전〉은 올해만 해도 레슬링, 달력 촬영 등 1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남자의 자격’은 밴드, 합창단, 귀농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이제 한편의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수개월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울러 연기자들에게는 촬영과 일상의 구분이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코미디의 눈물=버라이어티가 이종교배와 진화를 거듭하며 여전히 강세를 나타낸 반면, 코미디는 때 아닌 위기를 맞았다. MBC 〈하땅사〉와 SBS 〈웃찾사〉가 줄줄이 폐지됐고, 남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KBS 〈개그콘서트〉가 유일하다. MBC 〈개그쇼 난생처음〉과 KBS 〈개그스타〉가 있지만, 각각 수요일과 토요일 심야 시간에 방송되는 저예산 프로그램의 한계를 벗지 못하고 있다. SBS가 지난 25일 토크쇼와 정통 코미디를 결합한 파일럿 프로그램 〈굿데이 0230〉을 선보였으나, 정규 편성을 확신하기는 힘들다.

개그맨들을 비롯해 많은 방송 전문가들이 코미디의 위기를 우려하며 정통 코미디의 부활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과거와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영광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상황이 이러니 〈개그콘서트〉 ‘달인’으로 지난 25일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병만이 나서 “MBC, SBS 사장님 코미디에 투자 좀 해주세요”라며 하소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슈스케’ 후폭풍=올 예능계 최고 뉴스 가운데 하나는 단연 〈슈퍼스타K〉 열풍이다. 엠넷(Mnet)의 〈슈퍼스타K 2〉는 케이블TV로선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고, 이명박 정부의 모토인 ‘공정사회’ 실현의 상징으로 평가되며 사회적 ‘현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환풍기 수리공에서 인생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허각에 환호했고, 다른 출연자들 역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올 한해 예능계 최고의 뉴스였던 케이블 엠넷의 '슈퍼스타K 2'. ⓒMnet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 등 해외의 성공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슈퍼스타K〉는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는 지상파에도 영향을 미쳐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이 신설됐고, SBS도 지난 26일 파일럿 프로그램 〈스타발굴 로드쇼 강력추천〉을 선보이는 등 오디션 프로그램 신설이 줄을 잇고 있다. 즉 〈슈퍼스타K〉의 성공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케이블과 지상파의 역학관계 변화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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