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방송 결산 ④ 시사·교양] ‘다큐’ 대중화… 시사프로는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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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명암은 엇갈렸다. 이른바 ‘명품 다큐’는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지만,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그 어느 때보다 ‘위축’돼 몇몇 프로그램이 간신히 체면치레를 해준 한 해였다. 국내 다큐멘터리가 해외에서 연이어 선전하는 값진 성과도 있었다. 올 한 해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돌아봤다.


■ 무뎌진 정부비판, 4대강은 성역?=시사 프로그램의 날카로운 비판이 무뎌진 한 해였다. 올 한해 4대강 사업, 천안함 사건, 한미 FTA 추가협상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정부를 견제하거나 비판하는 시사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친정부 성향’의 공영방송사 사장들은 조직개편과 프로그램 폐지를 통해 시사 프로그램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켰다.

KBS는 지난 6월 게이트 키핑 강화를 목적으로 <추적 60분>을 보도본부로 이관시켜 PD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MBC는 가을 개편에서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국제 시사프로그램 <W>와 시사 프로그램 <후플러스>를 폐지해 ‘공영성을 포기했다’는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한 시간 앞당겨진 MBC <주말 뉴스데스크>도 ‘연성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 불방 사태를 겪은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 ⓒMBC
특히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 4대강 사업을 다루는 것은 ‘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KBS, MBC 등 방송사 경영진은 내용과 관계없이 4대강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방송을 막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사상 초유의 불방 사태를 한 해 두 번이나 목격하는 씁쓸한 경험을 해야 했다.

MBC <PD수첩>은 지난 8월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에서 정부 내에 4대강 사업 관련 ‘비밀팀’이 존재하며, 운하와 유사한 구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당시 방송을 앞두고 김재철 사장 등 MBC 경영진이 사전 시사를 요구하며 방송보류를 결정, 야당과 시민사회 등이 반발해 결국 1주일 만에 정상 방송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KBS <추적 60분> ‘사업권 회수논란, 4대강의 쟁점은?’ 편도 최근 불방 사태를 겪고 2주 만에 방송됐다. 사측은 낙동강 사업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방송을 미뤘지만,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내부 정보보고를 공개하며 청와대 비서관이 <추적 60분> 불방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침체 속에 빛난 ‘PD수첩’의 고군분투=시사 프로그램의 침체 속에서도 MBC <PD수첩>의 고군분투는 돋보였다. ‘검사와 스폰서’ 편은 검찰의 유착 관계를 폭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4대강 사업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와 무관치 않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두 편을 모두 제작한 최승호 PD는 ‘안종필 자유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 '검사와 스폰서' 편. ⓒMBC
KBS <추적 60분>의 분발도 주목할 만하다. 제작진은 올해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천안함 사건 의혹, 4대강 사업 논란 등을 방송해 “침체된 KBS 저널리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부에선 지난 7월 ‘공정성 회복’을 외쳤던 한 달간 진행됐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파업이 <추적 60분> 변화의 밑거름이 됐다고 보고 있다.

■ 시청자 눈높인 ‘명품 다큐’=다큐멘터리의 선전은 돋보였다. 방송사들이 다큐멘터리 제작에 박차를 가하면서 좀 더 크고 화려한 ‘명품 다큐’가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시작은 아마존이었다. MBC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두 번째인 <아마존의 눈물>은 지난 1월 방송 당시 최고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다큐멘터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총 1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은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의 자연과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삶을 조명했다. <아마존의 눈물>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남긴 ‘조에족’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큰 관심을 받았고, 연출을 맡은 김진만·김현철 PD는 작품의 대중적인 성공으로 MBC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기도 했다.

▲ <최후의 툰드라> ⓒSBS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의 사계와 유목민들의 삶을 담아낸 SBS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연출 장경수 김종일)도 호평 속에 최근 방송을 마쳤다. <최후의 툰드라>는 매회 뜨거운 관심을 모으며 12~14%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이 작품은 캐논 ‘5D 마크2’로 촬영한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차마고도>, <누들로드> 이후 대형 다큐멘터리 투자가 주춤했던 KBS도 <동아시아 생명 대탐사, 아무르>(연출 이광록 손성배)를 시작으로 다시 대형 다큐 경쟁에 뛰어들었다. 몽골, 중국, 러시아에 이르는 4400km의 아무르강 전 지역을 담아낸 <아무르>는 지난 19일 프롤로그로 첫 방송을 내보냈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내용을 선보인다.

■ ‘울지마 톤즈’·‘오래된 인력거’의 수확=TV 방영 당시는 별 다른 반향이 없었지만, 극장 개봉 후 ‘돌풍’을 일으킨 작품도 있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를 다룬 <울지마 톤즈>(감독 구수환)는 <KBS 스페셜> 방송 당시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10월 극장 개봉 후 20만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며 흥행기록을 세웠다.

▲ <울지마 톤즈>
독립 PD들은 해외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의 선전을 이어갔다. 이성규 독립PD는 인도 캘거타 인력거꾼의 이야기를 담은 <오래된 인력거>로 올해 IDFA(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장편경쟁부문 후보에 올랐다. 아시아권은 물론 유럽과 북미를 제외한 비서구권 작품으로선 처음 있는 일이었다. MBC <휴먼다큐 사랑> ‘풀빵 엄마’(연출 유해진)도 국내 최초로 국제 에미상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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