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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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인터뷰] 최재형 KBS ‘천하무적 야구단’ PD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0.12.28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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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천하무적 야구단’ 최재형 PD ⓒKBS
KBS '천하무적 야구단'의 한 장면. ⓒKBS
KBS '천하무적 야구단'. ⓒKBS

 

▲ KBS '천하무적 야구단'. ⓒKBS

일본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한 장면. 전국대회에서 최강팀 산왕공고와의 경기에 나선 북산고교의 강백호는 경기 중 등 부상을 당해 벤치로 물러나고, 팀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그 때 백호는 감독에게 말한다. “감독님에게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저는 바로 지금입니다.” 백호는 출장을 감행하고, 팀은 극적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북산고는 다음 경기에서 거짓말처럼 참패하고, <슬램덩크> 연재도 끝이 났다. KBS 2TV <천하무적 야구단>(연출 최재형)의 마지막은 <슬램덩크>를 떠올리게 했다.

‘거짓말’같은 마지막이었다. <천하무적 야구단>(이하 천무단)이 지난 25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방송에서는 ‘천무단’ 팀의 마지막 패전 경기가 나왔다. 이미 프로그램 폐지 소식을 알고 있던 멤버들은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만신창이가 된 몸은 마음을 따라가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이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일타일생!”을 외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날 “당신에게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우리는 바로 지금입니다”라는 자막은 시청자 가슴을 맴돌았다.

▲ KBS ‘천하무적 야구단’ 최재형 PD ⓒKBS
솔직히 시청률에서는 졌다. 하지만 멤버들은 ‘승리’했다. 종잡을 수 없는 ‘외인구단’으로 출발하며 매회 신선한 기대를 하게 만든 <천무단>은 한 때 같은 시간대 <무한도전>(MBC), <스타킹>(SBS)과 시청률 경쟁을 벌이며 ‘스포츠 버라이어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OB베어스 원년 팬클럽’ 멤버인 최재형 PD는 1년 8개월의 제작기간 동안 쌓인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떨어진 후 겨울나기에 ‘실패’하고 김C와 임창정이 나가고 새로 들어온 멤버들에 대한 스토리텔링 또한 부족했다는 게 최 PD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최 PD는 야구라는 소재가 가진 한계로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과거 축구를 소재로 한 <날아라 슛돌이>로 스포츠 버라이어티의 성공을 경험한 최 PD는 “어떤 것이든 소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풀어내는지다”라고 강조했다. 최 PD는 “슛돌이 할 때도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어떤 소재든 인물들의 심리를 잘 표현해 시청자가 응원하게끔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야구에 대한 <천무단>의 열정은 커져갔지만 이를 시청자 응원으로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천무단> 멤버들의 열정으로 몸에 전율을 느꼈던 순간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였다. 지난번 김성수의 홈런은 제작진에게 ‘기적’으로 다가왔다. 1루수 오지호는 어려운 원바운드 송구를 환상적으로 잡아냈고, 김준의 3루 수비와 이하늘의 슬라이딩, 만루 위기 김성수의 삼구 삼진 또한 연출할 수 없는 감동적인 순간들이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보람도 느꼈다. 최 PD는 “늦가을 쯤 놀이터나 여기저기서 글러브를 갖고 노는 애들이 눈에 띄었다”며 “방송으로 그런 모습이 늘어나는 게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천무단>으로 인해 사회인 야구단이 늘어난 점도 기분 좋은 일이다. 최 PD는 “야구 발전에 사명을 가졌던 건 아니”라 말하면서도 “야구에 빚을 졌다”고 밝혔다. 야구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이 아니었으면 프로그램을 여기까지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 PD는 야구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통해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 KBS '천하무적 야구단'의 한 장면. ⓒKBS
“일단은 야구장 짓는 것에 올인 할 생각이다.” 앞으로 최 PD의 계획은 ‘꿈의 구장’ 건립이다. ‘꿈의 구장’은 국민생활체육위원회와 대한야구협회 등이 속한 건립추진위원회를 통해 계속 추진될 예정이다.

최 PD는 “방송 중에는 무리하게 서두른 면이 있었다”며 “설계부터 다시 검토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고 쾌적한 야구장을 지을 계획”이라 밝혔다. 경기는 끝났지만, 선수들의 열정과 제작진의 마음은 그대로다. 그들은 영광의 순간이 있기에, 승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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