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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 해도 어느덧 뉘엿뉘엿 지고 있다. 송년(送年)에 즈음해 갖게 되는 느낌이나 감정이야 서로 다르겠지만 방송PD라는 직업 집단으로서 한 해를 보내는 소회는 역시 ‘다사다난했다’라는 말일 것이다. 돌아보면 올해 방송계는 작용과 반작용의 연속이었다.

정치권력과 ‘낙하산 사장’들에 의한 끝없는 공영성 훼손과 그에 맞선 방송인들의 저항의 시간이었다. 지난 3월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이른바 ‘조인트’ 발언 파문과 김재철 사장에 반대했던 MBC 노동조합의 39일 파업, 그리고 정권 홍보 방송이기를 거부한 KBS 새노조의 파업이 그랬다. 그 과정에서 수십 명의 방송인들이 해고 등 중징계를 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천안함과 4대강 이슈를 다룬 <추적60분> 불방 사태도 있었다. 

하지만 그 질곡의 시련 속에서도 방송PD들의 창조적 정신이 여느 해보다 빛을 발한 기쁨의 순간들도 있었다. <아마존의 눈물>을 비롯한 '지구의 눈물‘ 시리즈와 <최후의 툰드라> 같은 명품 다큐멘터리들이 잇달아 제작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무한도전>과 <해피 선데이-남자의 자격>은 ’리얼‘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진짜 감동‘을 선사함으로써 오락 프로그램의 새로운 전범을 보여줬다. <추노>와 <성균관 스캔들>은 새로운 소재 발굴을 통해 사극의 새 지평을 열었으며, <인생은 아름다워>는 동성애에 대한 진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올드 미디어인 라디오 방송 역시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와의 결합을 통해 청취자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모두가 대중문화의 생산자인 방송PD들의 소중한 땀의 결정체요, 노력의 열매다. 특히 그 성과들이 가뜩이나 제작 자율성이 침해되고, 제작비가 삭감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 더욱 가치가 높다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같은 결실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편에서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방송을 권력의 홍보 도구로 삼으려는 정권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그들에게 맹종하는 일부 방송계 인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 역시 그리 녹록치 않은 길이 될 것이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은 소설 <고향>에서 이렇게 말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자임하는 우리 방송PD 한 명 한 명이 희망의 길을 여는 것, 그것이 곧 내일의 진보임을 인식하는 것이 2010년을 아쉽게 보내야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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