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강추위 속에 새날이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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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유난히 추운듯 합니다. 겨울 속에 봄이, 추위 속에 온기가 자라고 있는 줄 알지만 그래도 무작정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왠지 비장합니다. 새날 아침의 추위가 더욱 속을 파고드는 이유는 아마도 방송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매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이 어려움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뿐더러 봄을 기약할 수조차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미 지난 해 마지막 날 방송통신위원회는 무려 네 개의 종편을 허가했습니다. 예상은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이미 정권의 협력자이자 동업자인  보수신문에 방송을 하나씩 하사했습니다. 여론형성의 다양성과 글로벌미디어그룹 육성이라는 허울 좋은 본래의 당위성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그것을 거론하는것 자체가 웃음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종편 살리기’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렸습니다. 방송을 장악하기 위하여 충성스러운 인사들을 내려보낸데 이어 이제는 시장재편을 통한 항구적인 방송지배를 획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신규종편 뿐만 아니라 기존 지상파 매체를 포함한 모든 매체를 생존경쟁의 장에 내몰아 건강한 여론형성과 방송문화 창달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미 방송사의 경영진들은 경쟁력이라는 미명아래 시사프로그램들을 줄여서 여론형성의 장을 깨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방송내용에까지 일일이 간섭하면서 불방사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은 우리에게 생존경쟁을 위하여 마구잡이 싸움터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럴수록 우리는 PD로서의 본모습을 잃지 말아야합니다. 우리는 진실을 알리고 시청자와 공감하고 같이 슬퍼하고 함께 웃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리를 지켜야하고 싸워야합니다. 우리가 싸워야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본령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방송인으로서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서 싸워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미 방송인으로서의 기본 양식을 벗어던지고 권력과 이익에 굴종하여 방송인의 품격을 잃어버린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허위를 벗겨내고 위선을 깨뜨리는 일, 그래서 건강한 사회와 민주질서를 회복하는 일이 우리의 본령이고 존재 이유입니다.  우리가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고 또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의 일터에서 늘 해오고 있는 일입니다. PD여러분, 우리는 PD입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PD입니다. 우리가 자랑스러운 PD로서 계속 존재하기 위해서 우리의 자존을 지켜나갑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한국PD연합회장 이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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