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추적 60분> ‘4대강’ 편 불방에 대해 항의하는 현수막을 사무실에 설치했다는 이유로 <추적 60분> 제작진을 징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KBS PD들의 성토가 터져나오고 있다.
‘4대강’편을 제작한 강윤기 PD를 비롯한 9년 차 이하 PD 138명은 13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사측를 강하게 비판하며 김인규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KBS는 지난 11일 강희중 <추적 60분> CP를 비롯해 김범수 · 임종윤 PD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29~35기 PD들은 성명에서 “국장이 자신의 손으로 현수막을 잡아 뜯었다. 부장은 인터뷰 횟수를 세어가며 후배의 프로그램을 미숙하다 몰아쳤다”며 징계를 주도한 인사들을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당신들에게 들어야 할 질책은 이런 것이 아니다. 특종을 잡아오라고 꾸짖으라. 살아있는 권력의 허물을 왜 놓치냐고 매를 들라”며 권력감시 기능이 위축되고 있는 KBS의 현실을 꼬집었다.
PD들은 ‘4대강’ 편의 2주 연속 불방을 언급하며 “수시로 불거지는 제작 자율성 침해에 분노도 지쳐간다. 현장에 있어야 할 PD·기자들에게 어느덧 성명서 쓰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엄경철)가 발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PD들 중 60% 이상은 제작자율성을 침해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제작자율성 위축의 중심에 있는 김인규 KBS 사장에게 “한줌의 명예라도 소중히 하신다면 언론하는 후배들에게 권한을 돌려주고 사퇴하시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KBS 29~35기 PD들의 성명 전문이다.
부탁한다. 경고한다. 당장 멈추라.
- 추적60분 사태를 보는 29기 이하 PD 성명서
치졸하다. 참으로 치졸하다. 이번엔 현수막이 이유다. 대상은 34기와 35기다. 뭐라 쓰였었는지 되새겨본다. ‘추적60분 불방. 책임자를 문책하라.’ 15자다. 당신들 눈에는 이 15자에 서린 분노가 보였을 리가 없다. 한자 한자에 감춘 후배들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들렸을 리가 없다. 그저 생채기 생긴 알량한 권위만 있었나 보다. 그래서 망나니 칼춤을 추고 싶었을 게다. 그리고 칼끝은 막내들을 향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딱하다. 한두명 골라 본을 보이려는 그 참을수 없는 비겁함이 바로 지금 당신들의 수준이다.
난장판이다. 국장이 자신의 손으로 현수막을 잡아 뜯었다. 부장은 인터뷰 횟수를 세어가며 후배의 프로그램을 미숙하다 몰아쳤다. 제작진 전원이 감사실도 다녀왔다. 우리가 당신들에게 들어야 할 질책은 이런 것이 아니다. 특종을 잡아오라고 꾸짖으라. 살아있는 권력의 허물을 왜 놓치냐고 매를 들라. 2주 연속 불방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도 당신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최소한의 유감표명도 그 어떤 소통도 없었다. 오히려 승진해 자리를 찾아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 절망도 사치다.
수시로 불거지는 제작 자율성 침해에 분노도 지쳐간다. 제작과 보도를 막론하고 쑥대밭이라는 표현이 미안할 정도다. 현장에 있어야 할 PD/기자들에게 어느덧 성명서 쓰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역으로 요청한다. 이제 대화합을 강조하지 말라. 징계의 칼춤은 계속 추시라. 조직내부의 깊은 상처와 불신의 간극은 더욱 키우시라. 기왕에 높이 든 승자의 축배를 맘껏 즐기시라. 그래야 우리도 털끝같은 기대를 저버릴수 있다. 그 축배가 독배의 다른 말임을 두눈 부릅뜨고 지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특보께 권한다. 착각하지 마시라. 특보께선 한국방송공사라는 공공기업체의 수장으로 오는데는 성공하셨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의 수장으로 조직원들의 인정을 받고 있는지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시라. 지난 정권에서 사장으로 오려했다는 구구한 로비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특보를 엄호하던 사람들의 면면을 돌아보시라. 전직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그 누구를 언론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는 공영방송 특강의 저자이시니 더욱 잘 아실테다. 그저 한줌의 명예라도 소중히 하신다면 언론하는 후배들에게 권한을 돌려주고 사퇴하시라. 누누이 들었을 말이지만 진정으로 사퇴하시라.
한 시인이 말한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미련한 우리는 아프다. 길을 걷다가.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다가. 뉴스를 보다가. 돌연 욕이 나오고 눈물이 흐를 정도로 우리는 병들었고 아프다. 추적 60분 제작진 몇몇의 인사위원회 회부 소식에 달린 한 선배의 절절한 댓글에 다시 가슴이 먹먹하다. ‘정말로 정말로 후배들에게 이러는 것 아닙니다.’ 부탁한다. 경고한다. 당장 멈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