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 ‘단체협약 해지’ 통보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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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연임 위한 정권 충성 맹세”… 사측 “불가피한 선택”

김재철 MBC 사장이 끝내 ‘단체협약 해지’의 칼을 빼들었다. 2010년 MBC 임금협상이 사측의 일방적 임금 지급으로 사실상 결렬된 상황에서 , 또 다시 사측의 일방적인 단협 해지 통보로 단체협상마저 결렬돼 MBC 노사관계가 돌이길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됐다. 노조는 이미 “파업을 포함한 모든 투쟁”을 선언한 상황이어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MBC 사측은 14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측에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지난달부터 MBC 안팎에서 공공연히 떠돌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MBC 노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7일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실무협상 및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본부장 책임제’와 ‘국장책임제 강화’,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 등에 관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진통을 겪어 왔다.

▲ 김재철 MBC사장 ⓒMBC
사측 “노조가 경영권·인사권 침해”

MBC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문화방송은 2011년 1월 14일 노사 단체협약을 해지하기로 했다”며 “그동안 ‘성실협상’의 원칙에 따라 노조 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노조 측이 경영진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조항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MBC 사측은 단협 해지의 책임을 노조에게 물었다. MBC는 “법 정신과 취지에 따라 본부장 책임제를 명문화하면서도 중간평가를 가능하게 한 것은 노사 실무팀이 진통 끝에 얻어낸 합의(안)이었다”면서 “노조가 이 안조차 거부한다면 합리적인 선택을 끝내 외면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으며, 문화방송은 불가피하게 단협 해지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MBC노조는 성명을 통해 “단체협약 일방 해지는 MBC 구성원들의 대표로 조합의 실체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상상력을 넘어선 도발이자, MBC는 물론이고 다른 언론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폭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은 정권과 방문진의 지시대로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견제장치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본부장 책임제’를 일방적으로 강요했다. 이에 조합이 실효성 있는 본부장 중간평가를 전제로 협의할 수 있다는 고심에 찬 결단을 내리자, 이번엔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상의 ‘보직변경’ 조항까지 전면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노골적으로 파국을 유도했다”면서 “단협 해지 통보서까지 미리 써 놓고 조합의 굴욕적인 항복을 강요하는 경영진의 태도는, 저들이 원한 건 타협이 아니라 파국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노조 “연임 위한 김재철의 의도는 타협이 아닌 파국”

이들은 “김재철 사장이 단협 해지라는 도발을 감행할 조짐은 이미 여러 채널로 감지되고 있었다”면서 “오는 2월 MBC 신임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김재철 사장은 무거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즉흥 통치’로 회사의 경쟁력을 총체적인 위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안팎의 비판에 시달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문제는 들을 때 마다 혀를 차게 만드는 수준 이하의 언행이었다. 지난 연말 MBC연기대상 시상식을 보았는가. 한 여자 탤런트 옆에 선 김재철 사장의 횡설수설은 전국의 모든 시청자들로 하여금 어떻게 저토록 수준 낮은 인사가 MBC의 사장일 수 있냐는 탄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때문에 방문진 여당이사들 사이에서조차 김재철을 대체할 만한 다른 후보감을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연임을 자신하며 안하무인식 행보를 보이던 김재철 사장으로서는 살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며 “결국 위기에 빠진 김 사장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단체협약 일방 해지라는 정권과 방문진을 향한 충성맹세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단체협약 개정 협상 내내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의 무기는 협박과 조롱이었다. 논리에 밀리면 단협 해지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칼을 들이댔고, 단협이 해지된들 힘 빠진 조합이 무슨 싸움을 할 수 있게냐며, 조합원들이 따라 줄 것 같냐며 우리를 조롱했다. 조합이 두 다리를 끊어낸다면 휠체어에는 태워 줄 수 있다는 태도로 우리를 희롱했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마침내 단협 일방해지까지 감행한 저들은 우리에게 분명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MBC 노동조합에는 우리가 퍼 쓸 선배들의 피가 남아 있지 않다. 우리들의 새로운 피로 이 빈 그릇을 채우자”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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