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위키피디아 10년과 인터넷 미디어의 진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집단 지성의 메카인 ‘위키피디아’(Wikipedia.org)가 등장한지 10년이 경과했다. 2001년 1월 15일 위키피디아가 첫선을 보였을 때만해도 당시 인터넷에서 만연했던 정보 모음 정도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비견될 정도의 지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다. 이는 단지 영어판만이 아니다. 한국어판도 2002년 오픈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278개 언어로 서비스 되고 있다. 10년 만에 위키피디아는 그야말로 인터넷에서 집대성할 수 있는 최고의 정보 아카이브가 된 것이다.

참여·개방·공유의 가치

위키피디아의 장점은 참여와 정보의 공유·개방에 있다. 전통적으로 과거에는 정보가 소수에 집중되었고,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가장 큰 권력을 누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산업사회에서 물질재가 부(富)의 근간이라면 정보사회에서는 정보재(information goods)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다수가 이룩해 낸 집단 지성의 산물로서 위키피디아는 새로운 지식권력을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든지 사람들이 접속하여 정보를 수정, 편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소수 전문가들이 주도한 지식권력을 개인 간의 네트워크 지식공유로 전환되었다. 이런 원리가 웹 2.0환경에서 참여·개방·공유의 가치를 잘 살려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위키피디아도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이런 사례도 몇 차례 발생하기도 했다. 악의적인 편집과 부정확한 내용, 내용의 질, 책임성과 권위의 부족 등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키피디아가 바꾼 지식권력의 힘과 웹 2,0이 정신은 미디어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위키피디아 메인 홈페이지


‘위키 방식’의 계승자들

집단지성의 장점이 확인되자 ‘위키 방식’의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위키뉴스(Wikinews)와 메타위키(Meta-Wiki), 위키리크스(WikiLeaks) 등이 있다. 위키뉴스가 미디어 기능을 한다면, 메타위키는 검색을 위한 엔진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위키 방식 미디어 중에서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위키리크스일 것이다. 위키리크스는 정부와 다른 단체의 비밀문서들을 폭로하는 웹사이트이다. 어산지가 만든 위키리크스는 작년 미국 국방부의 문건을 공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위키리크스는 익명 제보에 의존하지만, 자체적인 검증 시스템을 통과한 소식만을 사이트에 올린다고 한다.

위키리크스 역시 세간의 평가는 양분된다. 긍정적인 기능은 시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확대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반대로 무분별한 폭로로 인한 혼란과 정부권위의 실추를 비판한다. 특히 외교문서는 내부 보고서로 참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섣불리 공개하는 것은 자칫 국가 간 마찰의 소지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진보적 언론인들은 어산지의 폭로가 그동안 감추어진 진실을 공개하여 엘리트주의를 깨버리는 새 방식의 저널리즘으로 환영하고 있다.

위키 방식과 미디어의 미래

위키피디아 10년의 공과는 아직 논란 중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존의 전문가와 소수에 의해 주도되었던 정보와 지식이 시민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위키 방식에서 확인되지만, 누구나 글을 올리고 게시할 수 있는 시민참여 저널리즘의 진화된 모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위키 방식은 향후 21세기 인터넷 미디어의 역할과 관련한 창조적 실험이다. 때문에 위키 방식이 아직 실험중이지만, 분명한 것은 집단지성의 위력을 보여주었으며 이로 인한 기존 권위의 약화를 가져왔다. 그런 맥락에서 위키 방식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