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열풍, 반응의 즉각성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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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권혁미 EBS 외화애니부 PD

EBS 신년기획 〈하버드 특강-정의〉가 트위터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연일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시청률도 1%를 훌쩍 넘기며 평일 EBS 동시간대 시청률 2배를 기록, 출판계에 이어 방송계까지 놀라게 했다. EBS는 지난 10일부터 방송시간을 밤 11시 10분으로 50분 앞당기고, 발 빠르게 주말 재방송을 편성하며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에 화답했다.

폭발적인 호응임엔 틀림없지만, 사실 이 같은 성공은 어느 정도 담보된 것이었다. 이번 방송은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을 기반으로 했고, 이미 일본의 NHK나 영국의 BBC에서 방송돼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권혁미 PD가 놀란 것은 “반응의 즉각성” 때문이었다. “EBS 프로그램 특성상 ‘뜨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요. 몇 개월은 지나야 입소문을 타서 다른 매체로부터 반응이 오죠. 하지만 이번엔 반응이 직접적이었어요. 드문 케이스여서 놀랐죠.”

▲ 권혁미 EBS 외화애니부 PD. ⓒEBS
해외 다큐멘터리와 외화 편성을 맡고 있는 권 PD는 지난해 11월부터 자신의 트위터(@ebsworldcine)를 통해 〈정의〉에 관한 홍보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3일 첫 방송과 함께 ‘반응’이 왔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수천 건의 글이 쏟아졌고, 다음날 사무실에는 “새벽 1시에 끝나면 출근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애교 섞인 항의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권 PD의 트위터 팔로어(follower)는 하룻밤 사이에 500명에서 1000명으로 늘어났고, 1주일 뒤에는 1500명이 됐다. 권 PD는 “TV가 새로운 미디어와 결합해 나타내는 폭발성을 실제 경험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사실, 강의 수준은 꽤 난해하다. 벤담이니 로크니 칸트니, 하버드대생들도 예습을 하고 듣는 강의니 쉬울 리 없다. “내용 측면에선 0.1% 정도의 시청자가 따라갈까라는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편성한 건, 강의를 보면서 우리 교육 현실에 빠져 있는 것,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백 마디 천 마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것’이 어필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많은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강의 자체보다 “수업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오래된 공연장 느낌의 강의실, 자유로운 토론과 소통이 이뤄지는 수업. 우리의 교육 현장에선 찾아보기 힘든, 낭만적이기까지 한 모습에 감탄한다. 책이 미처 전하지 못한 매력이다.

‘정의 열풍’에 힘입어 EBS는 최근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단지 높은 시청률 때문만이 아니다. “‘지식채널’로서 EBS가 가는 방향이 옳다는 확인”을 얻었기 때문이다. 권 PD는 “미디어의 폭발로 상업화 우려가 많은데, EBS가 꿋꿋하게 맡은 역할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시청자분들이 힘을 실어준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진지하고 본질적인 질문을 다룬 프로그램에 대한 숨겨진 시청자들의 요구”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시청자를 과소평가 하지 않았나 싶어요. 형이상학적 주제에 대해선 ‘TV로 되겠어?’ 하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하우 투’(how to)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를 간과한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점들이 앞으로 EBS가 제작을 하고 채널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서도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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