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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단체협약 해지 통보…노조 “연임 위한 정권 충성 맹세”

MBC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단체협약 해지’라는 MBC 사상 초유의 사태에 맞서 MBC노조가 총력 투쟁 체제에 돌입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의 연임 여부가 가려질 2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MBC 노사가 또 한 번 정면충돌할 태세다.

MBC는 지난 14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MBC는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성실협상’의 원칙에 따라 노조 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노조 측이 경영진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조항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불가피하게 단협 해지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단체협약 해지는 MBC 역사상 최초이며, 지상파 방송사로는 지난 2009년 12월 JTV전주방송에 이어 두 번째다.

▲ 지난 17일 저녁 MBC 여의도 방송센터 1층 로비에서 3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임단협 일방파기 규탄 및 조합원 결의대회’가 열렸다. ⓒPD저널
임금 일방 지급에 이은 초유의 단체협약 해지 사태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는 “노동조합의 숨통을 끊어 놓겠다는 선전포고이자, 정권에 연임을 구걸하기 위한 충성맹세, 공정방송 말살음모”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근행 위원장을 비롯한 MBC노조 집행부 13인은 지난 16일 삭발을 감행하고 김재철 사장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전대미문의 도발에 맞서 이를 무효화하기 위한 총력 투쟁”을 선포하고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17일부터 매일 아침과 점심 여의도 방송센터 1층 로비에서 항의 농성을 시작하는 한편, 이날 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최대 30일 간의 조정 기간에도 임단협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쳐 합법적인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사측의 단체협약 ‘개악’ 시도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다. MBC 사측은 지난해 11월 단체협상 개시 이후 줄곧 ‘본부장 책임제’ 신설을 요구,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로 평가되는 ‘국장책임제’를 무력화 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협상을 거듭한 끝에 MBC 노사는 ‘국장책임제’ 유지와 ‘본부장 총괄책임제’ 신설, ‘본부장 중간평가제 도입’ 등에 대해 의견 접근을 보이기도 했으나, 사측이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 일부 조항의 수정·삭제까지 요구하면서 끝내 파국을 맞게 됐다.

MBC노조는 “단체협약 해지는 예정된 시나리오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는 27일부터 시작될 MBC 차기 사장 공모를 앞두고 김재철 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로부터 단협 개정 압박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재철 사장이 자신이 살기 위해 MBC를 죽이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근행 위원장은 지난 17일 저녁 결의대회에서 “지난 23년간 선배들이 피 흘려 성취해 온 단체협약 공정방송 조항을 김재철과 저 정권에 넘겨줄 수 없었다. 공정방송협의회를 무력화 시키고 불구의 몸으로 살아갈 여러분을 어떤 낯으로 보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물러선다면 10년, 15년 전 나락의 세월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조합을 다시 건설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싸워서 파기된 단협보다 더 강력한 단체협상을 성취해 내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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