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조급증’ 초강수 카드 빼들어
상태바
연임 ‘조급증’ 초강수 카드 빼들어
[분석 / 김재철 MBC 사장, 단협해지 왜]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1.01.18 2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 임단협 파기 사태 핵심엔 단체협약 상 ‘공정방송 조항’이 있다. ‘국장책임제’ 등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명시한 MBC 단체협약은 늘 정권의 ‘눈엣가시’였다. 특히 현 8기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 들어서면서 단협 개정 요구는 노골화 됐다. 이는 공정방송 훼손, 노조 무력화 시도로 해석되며 논란을 빚었다. 결국 김재철 사장은 자신의 연임 여부가 가려질 차기 MBC 사장 선임 절차를 앞두고 ‘단협 해지’ 카드를 내던졌다.

■방문진의 ‘숙원’ 단협 개정=현 8기 방문진은 지난 2009년 8월 출범 직후부터 줄곧 ‘섭정’ 논란을 빚었다. 대표적인 것이 MBC 단협 개정 요구였다.

방문진은 단협 상 ‘국장책임제’와 문책대상자의 보직변경을 가능케 한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 등이 경영권·인사권 간섭에 해당한다며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엄기영 당시 사장이 국장책임제와 공방협 규정 삭제 등을 시도했으나 미완에 그치자, 방문진은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며 엄 사장의 퇴진을 압박했다.

결국 엄기영 사장은 해임됐고, ‘낙하산’ 논란 속에 김재철 사장이 MBC 사장으로 선임됐다. 김재철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단협 개정 방침을 밝혔다.

▲ 김재철 사장의 임단협 파기에 맞서 이근행 위원장을 비롯한 MBC노조 집행부 13인이 삭발을 하며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PD저널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PD수첩〉 ‘4대강’ 방송에 대한 사전 시사 요구 등 ‘국장책임제’ 훼손 우려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단체협상에서 가장 먼저 충돌한 것도 ‘국장책임제’ 사수와 ‘본부장 총괄책임제’ 도입이었다. MBC측은 “국장이 ‘노조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가지려면 본부장 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도 방문진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방문진은 지난해 연말에도 김재철 사장을 불러 단체협상이 어떻게 진행 중인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 여당이사들로부터 ‘왜 단협 개정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 조합이 반대하면 해지하면 될 것 아니냐’는 압력을 받아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연임 위한 ‘스펙’ 쌓기= 때문에 이번 단협 해지 사태는 예정돼 있었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보흠 MBC노조 홍보국장은 “김재철 사장 눈앞에는 2월 주주총회에서 어떻게든 연임이 되는 것 밖에 없었다”며 “자질로는 ‘0점’을 받는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에 점수를 딸 수 있는 길은 단협 개정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 MBC 1층 로비에 걸린 김재철 사장 규탄 성명. ⓒPD저널
MBC노조는 성명에서 “방문진 여당 이사들이 ‘좌우를 넘어 국민 모두가 동의하는’, 김재철 사장의 즉흥적이고 가벼운 언행, 한마디로 ‘사장 감’이 아니라는 자질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결국 연임을 앞두고 궁지에 몰린 김재철 사장이 단협 해지를 선택한 것은 필연이라는 설명이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도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위한 마지막 스펙 쌓기”라고 비판했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해 MBC노조의 39일간의 파업에 대해서도 ‘업무방해’ 소송과 이근행 위원장 ‘해고’ 등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며 노조와 불화했다. 이에 대해 방문진과 정권 등으로부터 재신임을 받기 위한 ‘연임 노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PD수첩〉 ‘4대강’ 방송의 불방 사태나 구성원들과의 합의 없이 이뤄진 창원·진주MBC 통폐합 역시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위한 행보로 읽히며 MBC 안팎의 반발을 샀다.

■6개월 이내 새 단협 체결해야=사측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에 근거, 지난 14일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함에 따라 MBC 노사는 6개월 이내에 새로운 단협을 체결해야 한다. 만일 6개월 이내에 새 단협이 체결되지 않으면 MBC는 ‘무단협 상태’가 되어 노조 활동의 위축이 불가피하다.

MBC노조는 향후 노동위원회 중재 상황에 따라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 합법적인 파업에 돌입함으로써 다시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사측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 연보흠 홍보국장은 “단협이 왜 파기됐나.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협상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우리로선 항복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안준식 MBC노조 편제 민실위 간사는 “우리가 맞서 싸우지 못하면 언론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은 단체협약 조항에서 송두리째 날아갈 것이며 회사는 노동조합을 무시한 채 일방의 독선으로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 등 근로조건 악화의 칼날을 들이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치열한 투쟁을 통한 단체협약 쟁취만이 폭주하는 사측을 견제하고 힘의 균형을 되찾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이와 별도로 17~20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김재철 사장 취임 1년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실시, 김재철 사장 연임 저지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