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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3주년 OBS 특별기획 <희망프로젝트 ‘아시아의 소원’> 10부작

한국에서 100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어떤 게 있을까? 하루 종일 못을 주워 돈 100원을 버는 아이가 있다. 필리핀의 알렌. <아시아의 소원> 첫 번째 주인공이다.

희망 프로젝트 <아시아의 소원>은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아시아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소년, 소녀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첫 번째 소원을 들어준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는 세계적인 비보이 ‘리버스’다. 장기간 촬영이 가능하고 아시아 어느 지역에서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이 있는 팀이라 여겨졌다.

리버스가 찾은 곳은 필리핀의 스모키 마운틴, 마닐라의 온갖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며, 쓰레기를 생존의 수단으로 삼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곳의 한 귀퉁이, 쓰레기장에서 나오는 폐목을 활용해 숯을 구우며 살아가는 마을에서 알렌을 만났다. 알렌은 숯을 구운 잿더미 속에서 쇠 조각이나 못을 줍고 있었다.

하루 종일 못을 주우면 우리 돈으로 100원 정도가 생긴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학용품을 사서 쓴다고 했다. 주운 못들을 고물상에 팔기 위해 동생 테디와 쓰레기 산을 넘어 가다가 갑자기 알렌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고통스럽게 얼굴을 찌푸린다.

▲ 스모키 마운틴의 숯 굽는 마을(왼쪽), 자신을 못 알아보는 동생을 멍하니 바라보는 알렌(오른쪽) ⓒOBS

“형, 왜 그래?” 테디가 묻는다. 한참을 쪼그린 채 대답이 없다가 배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여기가 아파, 콕콕 찔러.” 12살 소년 알렌은 가끔 위경련이 일어난다.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렌은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넷, 이렇게 일곱이 함께 산다. 아빠가 폐목으로 숯을 구워 살아가지만 일주일 동안 구운 스무 자루의 숯 중에 열여섯 자루는 사채업자에게 넘어가고 네 자루만이 알렌가족의 일주일치 생활비가 된다. 지난 태풍에 집을 잃고 이사를 오면서 사채를 쓰게 되었는데 그 이후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식사시간, 허연 쌀밥에 물을 넣고 소금을 조금 뿌린다. 이게 알렌 가족의 식사다.
그렇다면 알렌의 소원은 무얼까?
“공부를 계속해서 의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심장병에 걸린 동생을 고쳐주고 싶어요.”
알렌에게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동생이 있다. 이곳의 환경이 너무 좋지 않기에 4년 전 동생을 외삼촌에게 보냈다. 아기 때부터 알렌이 돌보던 동생이기에 더 보고 싶다고 했다.

▲ OBS 창사 3주년 특별기획 '희망 프로젝트-아시아의 소원' ⓒOBS

우선 동생을 만나기 위해 외삼촌이 일하는 곳을 찾았다. 10시간 정도 차를 타고 4년 만에 처음으로 동생을 만나러 갔지만 그곳엔 충격적인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게이였던 알렌의 외삼촌이 미국인 친구에 의해 2년 전에 살해당한 것이다. 게다가 알렌의 동생은 외삼촌의 죽음 이후 다른 집에 입양이 되었다고 했다. 동생을 잃은 슬픔, 아들을 잃은 서러움에 엄마는 오열했다.

수소문 끝에 동생 산드레아가 입양된 집을 찾았다. 엄마는 6살이 된 산드레아를 꼭 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엄마와 형을 기억 못하는 산드레아는 낯선 분위기 탓에 울면서 엄마 품을 뿌리쳤다. 그 순간, 나는 표정 하나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그 표정은 지금껏 나를 괴롭힌다. 알렌의 표정이다. 흐느끼는 엄마의 곁에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랑하는 동생의 곁에서 초점을 잃은 듯 멍한 시선을 던진 채 식은 땀을 흘리는 알렌의 표정. 나는 이 표정에서 12살 소년이 감당할 수 없는 아릿한 슬픔을 보았다.

▲ 김인중 OBS PD

<아시아의 소원> 10부작을 제작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소원’이 대단히 ‘소원하다’는 것이다. 바라는 것이 작다는 것은 그만큼 아시아 어린이들이 살면서 겪는 어려움이 크다는 얘기. 때로는 쓰레기 더미 위에서, 화장터에서, 석탄을 캐는 갱에서 우리는 알렌과 같은 표정을 만났다. 비록 작은 소원일지라도 소원을 이루어 주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시아의 소원>을 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알렌의 표정’을 만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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