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김재철 사장의 위험한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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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김재철 사장의 위험한 도박
  • PD저널
  • 승인 2011.01.1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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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MBC의 노사 갈등이 심상치 않다. 사측이 노조와의 합의 없이 임금을 일방적으로 지급한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단체협약(단협) 해지를 통보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MBC에서 1988년 단협이 체결된 이후 몇 차례 진통을 겪은 바 있지만 단협 해지라는 사태가 일어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노사 양측의 입장을 종합하면 쟁점은 본부장 책임제 명문화와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 등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본부장 책임제와 관련해선 양측에 일부 기술적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의견 접근을 이뤘던 것으로 보인다.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책임과 권한은 국장에게 있다’는 현재의 국장 책임제 규정에 더하여 사측이 요구한 본부장 총괄 책임제를 인정하되, 본부장 중간 평가 조항을 넣기로 했다고 한다. 노사관계의 파국을 우려한 노조의 실리적, 전술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핵심은 공방협 운영규정 가운데 ‘보직 변경’에 관한 사항이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노조는 보직자의 발령일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부터 대상자의 보직 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사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용하게 돼 있다. 하지만 사측은 이 조항을 1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사장에게 건의할 수 있게끔 바꾸자고 요구했다. ‘수용’과 ‘건의’라는 용어가 갖는 구속력의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MBC 보직자 가운데 1년 이상 해당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드문 현실을 감안한다면 사측의 논리는 결국 ‘하지 말자’는 표현에 불과하다. 문제가 된 보직자에 대해 1년 동안 어떤 책임도 묻지 말라는 뜻인가. 

사측은 단체협약 해지의 사유로 노조의 인사권 및 경영권 침해를 주장한다. 그러나 해당 조항들은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즉 견제권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나마 MBC의 공정방송 실천의지를 담보하는 단협 조항마저 없다면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불거진 <후 플러스>와 <W>의 폐지, <PD수첩>의 결방 등 경영진의 전횡은 일상다반사로 반복될 것이다.

단체협약은 ‘노사관계의 헌법’으로 불릴 만큼 무게감이 크다. 때문에 노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를 준수해야하며 일방적으로 해지할 경우 정치적, 사회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맡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철 사장이 임기를 고작 한 달여 앞두고 단협 해지를 강행한 것은 그 배경에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김 사장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자신의 연임을 승인받고자 단협 해지라는 카드를 덥석 안겨줬다. 임금협상 파기와 단협 해지 다음은 필연코 공영방송 MBC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김 사장은 당장 위험한 도박을 끝내야 한다. 스스로 공영방송의 수장이라는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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