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 개인평가 ‘가’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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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설문조사, 자질·공정성·경영·인사 등 전 분야 혹평

취임 이후 줄곧 공정성 논란과 자질 시비에 휘말렸던 김재철 MBC 사장이 급기야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낙제점을 받았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가 김재철 사장 취임 1주년에 즈음해 실시한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김재철 사장은 최하위 점수에 해당하는 ‘가’를 받았다. ‘연임 반대’ 의견도 압도적으로 나타나 김재철 사장의 연임 도전 여부와 차기 MBC 사장 선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사장 개인평가 ‘가’ 60.7%…연임 반대 92.4%

MBC노조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지부 조합원 6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김재철 사장은 자질과 공정성, 경영방식, 노사관계, 인사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공영방송 수장이자 CEO로서 김재철 사장에게 어떤 점수를 줄 것인지 물은 항목에서 최하위 점수인 ‘가’를 준 응답자는 무려 60.7%에 달했다. ‘양’은 27.6%, ‘미’와 ‘우’는 각각 10.1%와 1.4%에 그쳤으며, 최고 점수인 ‘수’를 준 응답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

▲ MBC노조가 24일 투쟁 속보를 통해 공개한 김재철 사장 1년 평가 설문조사 결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이 같은 결과는 연임 반대 여론으로 이어졌다. 무려 92.4%에 달하는 응답자가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0.6%(4명)에 그쳤다.

반대 이유(응답자 중 동의율)로는 임단협 일방파기 등 조합파괴 정책이 100%에 가까운 99.7%로 1위를 나타냈으며, △즉흥적 발상에 의존하는 일방통행식 경영(98.7%) △지나치게 가벼운 언행 등 자질 부족(98.6%) △정권 눈치보기에 따른 공정성 훼손(98%) △능력과 무관한 무원칙한 인사와 편 가르기(95.7%) 등이 뒤를 이었다. 방송환경 변화에 대한 무대책(86.7%)과 프로그램 경쟁력 확보 실패(84.2%)의 책임을 묻는 응답자들도 많았다.

뉴스·시사 ‘불공정’ 88.1%…‘친정부’보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더 문제

▲ MBC노조가 24일 투쟁 속보를 통해 공개한 김재철 사장 1년 평가 설문조사 결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김재철 사장 취임 후 뉴스와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불공정해졌다는 응답도 88.1%(다소 49.5%, 매우 38.6%)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공정해졌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지난 1년간 MBC 뉴스와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시청률 지상주의와 사회갈등 현안 외면’(52.1%)이 꼽혔다. ‘친정부적인 보도 태도’(30.9%)보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더 문제라는 것이다.

노조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무조건 시청률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를 들어 민감한 이슈를 외면하는 게 더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보도 부문의 경우 ‘시청률 지상주의’를 가장 큰 문제로 꼽은 응답자의 비율이 71.7%에 달해 타 부문 조합원들보다 이 문제를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사장 1인의 자의적 경영에 따른 시스템 붕괴’(57.4%)가 꼽혔다. 조직 내 소통 부재로 인한 구성원 사기저하(28.5%), 방송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 미흡(9.8%), 인색한 제작비 투자로 인한 경쟁력 약화(4.1%)가 뒤를 이었다. 이로 인해 제작과 실무에서의 자율성이 위축됐다는 응답도 93.2%(크게 53.5%, 다소 39.7%)에 달했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연간 시청률 3위를 기록하는 등 경쟁력 저하 현상이 나타난데 대해다수의 조합원들은 ‘졸속처방만 남발하는 무능한 경영진’(63.9%)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창의적 발상을 가로막는 간부들의 과도한 간섭’(23%)이란 응답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공정성 포기’ ‘졸속 개편’이란 비판을 받았던 〈후 플러스〉, 〈김혜수의 W〉 등 프로그램 폐지와 신설, 개편에 대한 평가도 ‘부적절하다’(87.5%)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김재철 사장의 인사 정책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었다. 응답자의 59.2%가 ‘무능력하고 소신 없는 충성파 중용’을 김재철 사장 인사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R등급 강제할당, 보직자 우대와 같은 편가르기’(20.6%), ‘경영진에 쓴 소리를 하는 사원에 대한 보복 인사’(14.4%)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노조 “절망적인 결과, MBC 총체적 위기 극명하게 드러내”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을 바라보는 조합원들의 시선은 비판적이다 못해 절망적이었다”면서 “무능력하고 불공정하고 부도덕한 경영진에 의해 MBC가 얼마나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빠져 있는지 너무나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나타난 보도와 편성·제작, 경영상의 문제점을 각 분야별로 심층진단하고 MBC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역 MBC 조합원들을 상대로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본사와 지역사 사이의 관계 변화를 파악하는 설문 조사를 실시해 조만간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는 MBC노조 서울지부 조합원 1010여명 가운데 약 66%에 해당하는 663명이 참여했다. 직무나 입사연도를 기입하지 않은 9명을 제외하고 654명(편성·제작 195명, 보도 174명, 기술 130명, 경영 82명, 영상미술 73명)을 대상으로 분석이 이뤄졌으며, 분석은 한국외국어대 연구진이 담당했다고 MBC노조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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