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개인평가 최하등급 ‘강제 할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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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저성과자 퇴출 창구, 구조조정 신호탄”

임단협 파기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MBC가 인사평가를 둘러싸고 또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인사평가에서 전체 인력의 5%에 대해 ‘조직발전 저해 인력’으로 분류되는 ‘R등급’을 강제 할당해 구조조정의 발판을 다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MBC는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하반기 개인평가를 앞두고 보직부장들에게 ‘부서별로 70점 미만(R등급자)을 1명씩 부여하되, 부서인원이 15명 이상인 경우엔 2명, 30명 이상인 경우엔 3명을 부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전체 사원의 5%에 해당하는 70여명에 대해 ‘R등급’을 부여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개인평가부터 ‘R등급 강제할당’을 둘러싸고 논란이 되어 온 터에, 이번엔 강제 할당 비율도 2%에서 5%로 늘어나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MBC의 개인 평가는 S, T, O, R 등 4단계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낮은 R등급은 ‘다년간 다른 구성원에 비해 낮은 업무 성과를 창출하거나, 해당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충족시키지 못해 조직기여도가 낮고, 조직발전을 저해하는 인력’, 즉 ‘저성과자’에게 주도록 되어 있다. R등급을 1회 받으면 재교육 대상이며, 3회 이상 받게 되면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도 받을 수 있다.

▲ 여의도 MBC 사옥

하지만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사규에도 R등급을 ‘줄 수 있다’고만 되어 있을 뿐, 비율을 정해놓지 않아 그동안 문제가 불거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R등급’ 평가가 강제 할당으로 바뀌면서 논란이 일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지난해 “R등급을 주지 않으면 보직자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며 보직간부들을 압박했고, 부서별로 일정한 인원의 R등급 평가를 주문하는 사실상의 강제할당이 시작됐다.

이후 MBC 내부에선 인사평가를 둘러싸고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탓에 신입사원이나 조연출 등 연차가 낮은 사원에게 R등급을 주거나, 승진한 사람에게 R등급을 주는 편법적인 사례도 난무했다. 뉴스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던 모 기자는 지난해 상반기 평가에서 R등급을 받아 ‘보복 평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보직부장과 부서원들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결국 개인평가를 포기하는 보직부장까지 나왔다. 문제가 속출하자 김재철 사장은 지난해 노사협의회에서 “고과 시스템의 문제를 인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처럼 논란이 된 R등급 강제 할당이 하반기 개인평가에서 5%로 늘어난 것이다. MBC노조는 “인원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이번이 두 번째라는 게 더 큰 문제”라며 “평가하는 자와 평가 받는 자 사이는 물론이거니와, 평가 받는 자 사이의 갈등이 어디까지 갈 지 예측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러다간 조직이 갈기갈기 찢어질 판”이라고 비판했다.

‘R등급 강제할당’이 ‘저성과자 퇴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MBC 내부에선 ‘R등급’을 받은 ‘저성과자’들을 따로 모아 팀을 만들거나 경인지사로 발령하는 등 ‘저성과자’를 퇴출시키려 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MBC 한 관계자는 “현 경영진은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목표로 인건비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며 “인건비 감축을 위해선 인력 감축이 필요하고, 결국 저성과자의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MBC노조는 “사측의 궁극적인 의도는 R등급 평가 결과를 축적해 구조조정과 연봉제의 밑그림을 그리려는 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MBC측은 “신상필벌과 적재적소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해 고과를 매긴다”는 입장이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창사49주년 기념사에서 밝힌 대로 회사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신상필벌과 적재적소 두 가지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회사에 공적을 세우면 상을 받고, 기여도가 낮거나 문제를 일으켜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강제할당을 하게 되면 오히려 R등급을 받을 만한 사람한테 줄 수 있게 돼 보직부장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면서 “평가하는 사람이 공정하게 책임을 지고 평가하게 될 것이며, 세 번 받았다고 ‘아웃’ 되는 건 아니고, 이의 신청도 가능하기 때문에 걱정을 앞서서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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