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현실, 피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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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MBC 〈아프리카의 눈물〉 장형원·한학수 PD

땅에 빚지지 마라. 언젠가 땅이 이자를 요구해 올 것이다. -동 아프리카의 격언

MBC 창사49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 눈물〉이 지난 21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아프리카의 검은 눈물을 기록한 307일간의 고군분투를 담은 제작기는 13.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해 말 3주간의 편성 공백과 아시안컵 중계까지 겹친 탓에 시청률 면에선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시청자들은 가슴 먹먹한 안타까움과 감동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 '아프리카의 눈물'의 한학수, 장형원 PD와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현빈(가운데). ⓒMBC

〈아프리카의 눈물〉은 MBC가 자랑하는 ‘지구의 눈물’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전작인 〈북극의 눈물〉이 지구온난화의 경종을 울리고 〈아마존의 눈물〉이 생태계의 파괴를 경고하는 동시에 지켜야 할 원시의 가치를 역설했다면, 〈아프리카의 눈물〉이 마주한 것은 비극의 종착역이었다. 오염된 물과 말라붙은 강바닥, 죽어가는 생명. “지구온난화에 가장 적은 영향을 끼친 아프리카가 가장 큰 온난화의 파고를 맞고 있다는 아이러니”는 처참했다. 

이 ‘불편한 진실’에는 낭만도, 향수도 없었다. 때문에 〈아프리카의 눈물〉을 시청하는 것은 적잖이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장형원 PD는 “피해갈 수 없었다”고 단언한다. “피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아프리카의 눈물을 잘 ‘포장’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던 문제다. 하지만 그토록 심각한 문제를 도외시한다면 현실을 왜곡하는 셈이 된다. 그 점이 가장 부담이었고, 풀기 힘든 숙제였다.”

한학수 PD는 이 ‘무거움’을 “원숙함”이란 말로 설명했다. “‘눈물’ 시리즈가 원숙해졌다고 볼 수 있다. 불편한 진실을 돌아보며 시청자들이 ‘아, 이게 뭐지’ 하는 반응을 갖도록 한 것 같다. 보고 나면 개운하지는 않은 거다. 아마 북극이나 아마존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과감한 배신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아프리카의 처참한 현실이 ‘지성과 양심에 관한 충격’을 줬다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은 ‘통념을 뒤집는 충격’이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아프리카의 이미지란 어떠한가. 가난한 흑인 원주민들이 사는 땅. 기껏해야 야생동물들의 천국이 아닌가. 때문에 “아프리카에 대한 클리셰(진부한 표현),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은 제작진의 숙제였다.  

▲ '아프리카의 눈물'에서 화제가 됐던 다르게(왼쪽)와 우바 커플. ⓒMBC

하지만 “아프리카는 너무 다양해서, 하나의 뭔가로 담기 어려웠다”는 장형원 PD의 말대로 광활한 대륙의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부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 아프리카다. 그리고 아프리카 역시 ‘가난한 원주민’이 아닌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곳에도 은밀하게 사랑을 속삭이며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있고, 젊은이들은 자신을 아름답게 치장하는데 공을 들인다. 

머리 위 1m 높이로 총알이 날아오는 총격전과 사막 위에서 차량이 전복되는 위험천만한 사고를 겪으면서도 제작진이 기록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그들의 삶, 그리고 그들이 사는 대륙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덕분에 한학수 PD의 머리에는 “아프리카가 준 훈장”처럼 상처가 남았고, 이미정 조연출은 척추를 다쳐 2~3개월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지만, 자녀와 함께 〈아프키라의 눈물〉을 시청하고, 또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는 반응이면 족하다.

방송은 끝났지만 3월 말 개봉이 예정된 극장판 작업 때문에 제작진은 쉴 틈이 없다. 4~5월쯤엔 제작기를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제작기를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다음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꼬박 5개월 동안 아프리카 현지 취재를 하고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장형원 PD는 최근 MBC 아프리카·중동 순회 특파원에 자원,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영화 작업이 끝나고 이르면 5월 말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떠날 예정이다. ‘지구의 눈물’ 시리즈는 올 연말 〈남극의 눈물〉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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