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는 ‘무능력자’ 강제퇴출 통로로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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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구조조정 논란 왜] ‘저비용 고효율’ 명분하에 내부 갈등 조장 우려

MBC가 인사평가에서 최하위 등급(R등급)의 강제 할당을 실시하면서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MBC노조가 실시한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20.6%의 응답자가 김재철 사장의 인사정책 문제로 ‘R등급 강제할당, 보직자 우대와 같은 편 가르기’를 꼽았을 정도로 비판 여론이 높다. 특히 이번 ‘R등급 강제 할당’이 인력 감축 정책에 근거한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면서 ‘저성과자 퇴출’에 따른 궁극적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MBC 일대 혼란, 내부 갈등 표면화=MBC의 개인 평가는 S, T, O, R 등 4단계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낮은 R등급은 ‘다년간 다른 구성원에 비해 낮은 업무 성과를 창출하거나, 해당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충족시키지 못해 조직기여도가 낮고, 조직발전을 저해하는 인력’에게 주도록 되어 있다. R등급을 받으면 재교육 대상이며, 3회 이상이면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사규 상에도 R등급을 ‘줄 수 있다’고만 되어 있을 뿐 비율을 정해놓지 않아 그동안 문제가 불거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현 MBC 경영진이 신상필벌의 원칙을 세운다며 ‘R등급’ 강제할당을 시작해 논란이 된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상반기 ‘전체 사원의 2%’였던 강제 할당 비율은 이번 하반기 평가에서 5%까지 늘어났다. MBC노조는 “인원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이번이 두 번째라는 게 더 큰 문제”라며 “평가하는 자와 평가 받는 자 사이는 물론이거니와, 평가 받는 자 사이의 갈등이 어디까지 갈 지 예측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러다간 조직이 갈기갈기 찢어질 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MBC에선 인사평가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표면화 되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노조 등에 따르면 경력사원이나 조연출 등 연차가 낮은 사원에게 R등급을 주거나, 지난번 인사평가에서 승진한 사람에게 R등급을 주는 등 편법적인 사례가 난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본부의 모 기자는 지난해 상반기 평가에서 R등급을 받아 ‘보복 평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부 보직부장들은 부서원들과의 갈등에 “잠을 못 잘 정도”라며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결국 개인평가를 포기하는 보직부장들도 나오면서 국장과 본부장이 직접 평가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저비용 고효율’ 구조 위해 저성과자 퇴출?=‘R등급’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점도 논란이다. 이 때문에 인사평가에 감정이 개입되거나 시청률 등 ‘실적’ 위주의 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MBC 한 PD는 “PD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시청률이나 청취율로 볼 것이냐, 아니면 수상실적이나 공헌이익으로 볼 것이냐 등의 문제가 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R등급 강제할당’이 ‘저성과자 퇴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MBC 내부에선 ‘R등급’을 받은 ‘저성과자’들을 따로 모아 팀을 만들거나 경인지사로 발령하는 등 ‘저성과자’를 퇴출시키려 한다는 등의 소문이 무성하다. MBC 한 관계자는 “현 경영진은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목표로 인건비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며 “인건비 감축을 위해선 인력 감축이 필요하고, 결국 저성과자의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회사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신상필벌과 적재적소 두 가지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회사에 공적을 세우면 상을 받고, 기여도가 낮거나 문제를 일으켜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강제할당을 하게 되면 오히려 R등급을 ‘받을 만한 사람’한테 줄 수 있게 돼 보직부장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면서 “평가하는 사람이 공정하게 책임을 지고 평가하게 될 것이며, 세 번 받았다고 ‘아웃’ 되는 건 아니고, 이의 신청도 가능하기 때문에 앞서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MBC노조는 “조합은 ‘네거티브’보다는 ‘포지티브’ 평가 시스템을 활용하는 게 기본적으로 옳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회사가 R등급을 주고자 한다면 대다수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분명한 평가 원칙과 기준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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