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따져보기]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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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사람일까, 여자일까 아님 그냥 엄마일까? 답은? 셋 모두. 그런데 왜 우리는 엄마를 무성(無性)의 그냥 엄마로만 생각할까? 이는 아마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을 드러내지 않고 늘 참고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만을 우리가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엄마의 욕망’을 드러내 놓고 보여주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SBS 주말드라마 〈웃어요, 엄마〉이다.

이 드라마는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화두를 던져 놓고 각기 다른 세 엄마의 욕망을 보여준다.
젊은 시절 배우가 꿈이었으나 지금은 못다 이룬 꿈을 자신의 딸인 달래를 통해 이루기 위해 욕망하는 엄마 조복희(이미숙 분). 성격 까칠한 시부모와 폭군 같은 남편 때문에 늘 주눅이 들어 살지만 자식들에 대한 모성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엄마 박순자(박원숙 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노력하는 비교적 이기적인 엄마 윤민주(지수원 분). 얼핏 보면 전혀 다른 성격의 엄마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모두 닮아있다. 바로 그들이 욕망하는 대상이 바로 ‘자식’이기 때문이다.

▲ SBS 주말드라마〈웃어요,엄마〉

조복희는 딸인 달래를 배우로 성공시키기 위해 성추행 당한 딸의 상황을 알고도 오히려 딸에게 성추행한 사람의 술접대를 강요하고, 드라마 PD 집에 찾아가 청소와 설거지를 하고, 경쟁 배우가 엘리베이터 사고를 당하는 것을 방조하는 등 비이성적인 행동마저 서슴지 않는다. 그녀가 자식의 성공을 욕망하는 이유는 자신은 진흙탕 길을 걸었지만 자식만은 비단꽃길을 걷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엄마 박순자는 큰 소리 치고 걸핏하면 자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밥상을 뒤엎는 남편에게 눌려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살았지만 딸 신영이 억울한 이혼을 당하자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딸이 부정해서 이혼당했다고 오해한 남편이 딸을 집안에 들이지 않겠다고 하자 이혼 서류를 과감하게 내밀정도로 자식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앞의 두 엄마보다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윤민주 또한 자식을 끔찍이 싫어하는 아버지로부터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를 쓴다. 이렇듯 이들의 욕망은 자식을 향해 있다. 그러나 그녀들의 욕망의 대상인 자식은 그렇기 때문에 불행하다.

그렇다면 엄마가 자식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위한 욕망을 가진다면 어떻게 될까? 〈웃어요, 엄마〉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단호하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홀로 아이들을 키운 윤민주가 연하의 남자와 연애를 하며 자신의 행복을 찾겠다고 하자 이를 극렬히 반대하는 딸은 가출을 하고 아들은 괴로움에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 시비에 휘말려 폭력을 휘두르는 등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엄마가 욕망을 드러내는 순간 가족은 불행해 진다는 것. 그게 설령 자신 뿐 아니라 자식을 위한 것이라도. 이렇듯 드라마 속의 엄마는 ‘나 하나만 참으면 가족이 행복해진다’라는 지극히 가부장적인 사고 속에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금기시 되었다. 이는 다른 드라마 속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자식의 결혼에 욕심내는 엄마, 매 맞는 남편을 피해 가출했지만 결국 또 다른 매 맞는 남편을 만나 불행한 엄마, 자식 버리고 나갔다가 불치병에 걸려 자식에게 외면 받는 엄마 등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엄마는 늘 불행하다.

이렇듯 드라마 속에서 엄마를 욕망을 가진 ‘사람’이 아닌 그저 ‘엄마’로만 그려지게 되면 엄마에 대한 왜곡된 이데올로기와 편견을 갖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2011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올 한해도 수많은 드라마들이 우리를 울고 웃게 할 것이다. 그 드라마들 속에서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행복해지려는 욕망 앞에서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한번쯤은 드라마로 보고 싶다. 이러한 욕심이 너무 과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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