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의 ‘대화’라 쓰고 ‘홍보’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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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신년 방송좌담회 ‘쓴맛’…靑, 과학비즈니스벨트 발언 수습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방송 좌담회가 논란 속에 1일 오전 생중계됐다. 이날 좌담회는 〈대통령과의 대화-2011 대한민국은!〉이란 제목으로 오전 10시부터 90분간 지상파 방송 3사와 YTN 등을 통해 생중계됐으나, 반응은 시큰둥하다. 국민과의 ‘대화’나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청와대 홍보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사회를 맡은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한수진 SBS 앵커의 진행에 따라 정치·사회 현안과 개헌, 외교·안보 및 복지 분야 등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개헌과 관련해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며 “국회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달라”고 밝혔다. 또 한미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손해가 아니”라며 자신을 나타냈다.

그러나 물가상승이나 청년실업, 구제역 대응 등 정부 대책과 관련한 지적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막연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미FTA 추가협상, 전혀 손해 본 것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좌담회에서도 어김없이 ‘여의도 정치 혐오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레임덕 논란에 대해 “내 경력이 정치인 출신도 아니고, 경제 대통령을 내세워 당선돼서 정치인들의 관습과 다른 형태를 시도해 왔다”며 “일반 정치인과는 다르다”며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

이어 개헌과 관련해선 “대통령이 돼서 보니 국회에 나와서 여야가 싸우면 그게 바로 영호남 싸움”이라며 “정치가 지역감정을 유발시킨다”고 비판했다. ‘회전문 인사’ 등 인사시스템과 관련한 지적에 대해서도 “지금 같은 청문회를 통과하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하며 “청문회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해 12월 타결된 한미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며 “한미FTA는 전 정권에서 합의하고 서명한 거다. 이걸 잘 했다고 해서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과정인데 (참여정부 당시) 주축에서 만든 분들이 반대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겨냥했다. 추가협상과 관련해선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경제적 판단”이라며 “전혀 손해 본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단호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한 대응을 하는 것이 오히려 도발을 줄이는 일”이라며 “북한이 진정으로 변화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할 수도 있다”면서도 외교·안보라인 교체와 관련해선 “북한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나. 북한도 우리에게 맞춰야지, 어떻게 우리만 맞추나”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손자손녀에게 무상급식이 왜 필요한가”

정부의 경제 대책에 관한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 1월 물가지수는 4.1% 급등,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농산물 때문”이라고 원인을 지적하며 “농축산물이 1월에 어렵지 않나. 인도도 작년에 18% 올랐고, 대부분의 신흥국가들이 1월에 물가가 6~8% 오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 안정을 위한 전세 대책 등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주택공사를 통해 정부가 재정자검으로 다가구주책 2만6000세대를 사들였다. 2월 중순 넘어 2월 말까지 입주자 공모를 할 것이다. 또 전세자금대출 규모를 7조원 정도로 늘려 금리를 낮추고, 민간이 참여해 소형 임대 주택을 짓도록 하는 구체적 정책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름값 상승과 관련해 “국제 유가 동향에 따라 유류세 인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구제역 대책과 관련해선 “처음에 안동에서 생겼다고 주위만 챙겼다는 점에선 초동 대응이 미숙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농산부가 잘못했다고 지적하기에 앞서 작년 동남아 18개국에서 구제역이 상시적으로 발생했는데, 축산업 하는 분들이 단체 여행을 갔다 오고 하니까 구제역이 상시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도 화두로 제시됐다. 최근 불붙은 복지 논쟁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복지가 빠르게 향상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무상으로 가면 감당 못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삼성그룹 손자손녀는 무상급식을 안 해도 되지 않나”라며 “무상복지가 아닌 서민복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이 사십 몇 년 만에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졌는데 복지 때문에 그렇게 됐다. 그리스나 스페인이 곤욕을 치르는 것도 놀고먹어도 좋다는 게 돼 버렸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상당히 후퇴했고, 독일은 이미 (후퇴)했다”며 선진국들이 복지 때문에 후퇴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백지화’ 발언 파문

이 대통령은 이날 좌담회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과 관련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과학벨트와 관련해 “선거 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관심이 많았다. 이것은 국가 백년대계니까 과학자들이 모여서 과학자들의 입장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거기에 얽매이는 것은 아니고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나간 후 ‘충청 과학비즈니스벨트 공약’ 파기 논란이 일자 청와대 측은 “공약 백지화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하겠다는 말”이라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측이 “대통령은 거짓말에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하는 등 충청권 등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파문은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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