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과 ‘시간’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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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BC 스페셜 - 노인들만 사는 마을, 8년의 기록’


MBC가 노인들만 사는 전라남도 고흥군 예동마을의 한해살이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MBC 스페셜 -노인들만 사는 마을, 8년의 기록>는 2005년 창사기념 특집으로 2부작 방영분과 8년 뒤인 2011년의 현재 모습을 묶었다.

문명사회 속에서 사는 도시인들은 늘 바쁜 하루를 보낸다.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정신적인 여유가 사라진 것이다. 항상 “바쁘다”를 외치는 현대인들은 <MBC 스페셜>을 통해 ‘늙음’과 ‘시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더불어 사라지는 농촌 공동체의 현실도 여실히 드러난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에는 빈 집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예동마을의 문제만이 아니라 귀농을 독려할 만큼 국내 농촌의 해체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일면 보여준다.

▲ '노인들만 사는 마을-8년의 기록' ⓒMBC

노년의 중심, 늙음을 되새기다

예동마을은 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2005년 첫 촬영 당시 이 동네에서 가장 젊은 이장 역시 65세다. 마을 주민의 평균 나이는 76세로 70~80대로 노인들이 농사를 짓고 산다. 6년이 흐르는 동안 저승을 친구 삼아 지내던 노인들 37명 중 9명이 그 곳으로 갔다. 젊은 일손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인들만 남은 마을은 일손이 없어 82세 할머니까지 농삿일에 나선다. 마을에 남은 자들은 여전히 굽은 허리를 힘겹게 움직여가며 품앗이를 한다. 그리고 마을 회관에 모여 노인들의 언저리에 맴도는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달랜다.

한해살이인 노인들은 현재인 오늘을 산다. 그들은 지난날의 과거와 자연스레 늙어가는 과정을 받아들인다. 한 할머니는 시집가서 “(여럿 도련님들 가운데) 형님, 어떤 게 내 서방이요”라는 경험담을 들려주며 지난날을 곱씹는가 하면, 유경희 할머니(87)는 죽음을 ‘받아 놓은 밥상’이라면서  밭 옆에 봉분까지 있는 무덤을 만들어 놓았다. 저마다 모진 풍파를 겪은 노인들은 각자의 지난날을 주름살로 새기고 현재를 살고 있다. 이러한 풍경은 누구나 겪는 노년과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24시간이 넉넉한 예동마을과 24시간이 부족한 도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흐르는 시간을 붙잡지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고추장을 만들고, 밭을 일군다. 긴 세월 부지런함이 그들의 몸에 밴 까닭도 있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움직인다. 그러나 도시인들은 ‘시간 절약’을 하는데도 시간에 쫓기기 일쑤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주어진 시간 내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명의 이기는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안겨줬지만 무엇이든 다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탐욕도 함께 줬다.

사실 우리가 무얼 하든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할아버지나 평범한 직장인에게나 물리적으로 주어진 24시간은 공평하다. 그러나 예동마을의 노인들과 도시인의 삶의 결은 확연히 다르다. 도시인이 보기에 보잘 것 없는 일인 것 같아보여도 예동마을의 노인들은 그들의 소소한 일거리로 시간을 채운다. 그러나 도시인들은 좀 더 나은 내일만을 갈망하며 오늘의 시간을 저당 잡힌 채 산다.

우리는 예동마을 노인들의 삶을 통해 늙음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게 된다. 결국 삶은 ‘궁극적인 목표’라는 종착점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현재’인 오늘을 천천히 돌아보는 게 삶의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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