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끼가 한국에서 일하는 이유는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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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끼가 한국에서 일하는 이유는 ‘빈곤’
[인터뷰] ABU 국제공동제작 다큐멘터리 ‘CARE’ 총연출 이건협 KBS PD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1.02.08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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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U 국제공동제작 다큐멘터리 'CARE'.
이건협 KBS PD. ⓒKBS
KBS <해피선데이 - 1박 2일> '외국인 노동자'편의 한 장면. 네팔에서 온 노동자 까르끼의 모습. ⓒKBS
▲ KBS <해피선데이 - 1박 2일> '외국인 노동자'편의 한 장면. 네팔에서 온 노동자 까르끼의 모습. ⓒKBS
지난 달 16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외국인노동자’편은 시청자에게 많은 감동을 안겼다. 네팔에서 온 외국인노동자 까르끼는 제작진이 마련한 가족과의 만남에서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까르끼를 비롯해 칸, 쏘완, 그들은 왜 소중한 가족을 두고 한국에 와야만 했을까.

ABU 국제공동제작 다큐멘터리 ‘CARE’(Change Asia Rescue the Earth)에서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까르끼의 고향 네팔을 비롯해 칸의 고향 방글라데시, 쏘완의 고향 캄보디아까지 아시아 대부분 지역은 저임금노동과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노동자로 살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CARE’는 NHK, CCTV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7개 방송사 PD들이 모여 각국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보여주며 전 세계 빈곤해결과 희망의 목소리를 모은 공동프로젝트다. 이번 프로젝트에선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굴레’(방글라데시), ‘나캉 마을의 힘든 미래’(라오스) 등의 방송을 통해 까르끼와 칸의 이웃들이 처한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 이건협 KBS PD. ⓒKBS
‘CARE’의 총연출을 맡았던 이건협 KBS PD는 “‘CARE’ 프로젝트는 ‘저 사람들을 도와야한다’, ‘같이 잘 살아야 한다’는 주제의식을 전해주기 위해 시작됐다”고 밝혔다. 방송은 지난해 12월 28일 종합편을 시작으로 1월 24일부터 2월 4일까지 KBS 1TV를 통해 매회 20분 분량 8회분이 나갔다. 매회 두 나라씩 총 16개 지역의 삶의 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메인 MC는 평소 국제빈곤문제에 관심이 많은 차인표씨가 맡았다.

아시아 태평양 17개 방송사의 PD들이 모여 각국의 빈곤현장을 전달하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작기간은 회원사 모집에 6개월, 실질 제작과정에 6개월로 총 1년이 필요했다. 이건협 PD는 2009년 10월 ABU 회원사들이 모인 말레이시아 1차 회의에서 2박 3일 간 설득과 토론끝에 ‘CARE’라는 콘셉으로 빈곤 질병 여성 환경 등의 주제로 제작하는데 합의했다.

제작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차이를 극복하는 일이었다. 이건협 PD는 “언어가 다르고 방송제작 시스템도 다른 상황에서 우리는 책임 프로듀서 역할을 맡고 있다 보니 일을 추진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선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 PD들이 맞춰놓은 제작 일정을 외국 PD들이 따라오는 게 쉽지 않았다. 커뮤니케이션도 힘들었다. 또 당초 기획한 HD방송을 서비스하는 나라는 몇 안 됐다. 

방송 프로그램의 균질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건협 PD는 “같이 만든다는 것 외에 잘 만든다는 목표를 잡았다. 그래서 HD 장비가 없는 나라에는 제작인력과 장비를 지원했다. HD장비가 전혀 없는 7개국에 대해서는 직접 해외로 날아가 촬영과 편집을 도와줬다.”  이 PD는 “기존의 국제공동제작은 각자가 만들어서 모으는 수준이었지만, 이번 경우는 서로간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작품이 나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CARE’프로젝트는 현지 PD가 현지인의 눈으로 원고를 쓰고 편집한 결과 한국 PD가 찾아낼 수 없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 예컨대 몽골의 ‘불법 금광의 여성 노동자’ 편의 경우 몽골 PD의 현지 섭외를 통해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안전장치 하나 없이 위험한 금광에 들어가는 여성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할 수 있었다.

▲ ABU 국제공동제작 다큐멘터리 'CARE'.
이 PD는 ‘CARE’를 통해 시청자들이 빈곤해결을 위한 국제원조활동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랐다. 그는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가 100만 명이다. 외국인노동자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까르끼와 칸과 같은 외국인노동자를 차별없이 존중하는 것도 ‘CARE’의 일종인 셈이다.

‘CARE’는 ABU회원사인 KBS의 주도로 탄생한 공동프로젝트다. 지금껏 공동프로젝트는 NHK 위주였다. 이 PD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KBS가 대한민국 공영방송으로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었다”며 의의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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