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수주 ‘장밋빛 홍보’에 가려진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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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매거진 2580> ‘원전, 미공개 계약조건’편 취재한 임명현 기자

▲ 지난 1월 30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 '원전, 미공개 계약조건'편의 한 장면. ⓒMBC 화면 캡처
2009년 말 한국의 UAE 원전수주가 정부의 장밋빛 홍보와는 달리 미공개 계약조건에서 UAE측에 100억 달러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 파문이 일었다. 지난 1월 30일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 ‘원전, 미공개 계약조건’ 편은 2009년 당시 한국전력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건설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계약조건을 공개하며 홍보에만 열중하고 리스크는 숨겼던 정부 태도를 비판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UAE 원전에 100억 달러를 빌려줄 계획”이라 보도했다. 애초 원전 건설만 맡는 것으로 알려졌던 원전 수주 조건으로 한국이 건설비용(약 200억 달러)의 절반을 빌려주기로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었다. 대출기간은 무려 28년. 이에 대해 한전 측은 방송에서 “굳이 밝힐 필요가 없었다”고 말해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더욱이 한국은 신용등급이 UAE보다 낮은 터라 비싼 금리로 해외에서 돈을 빌려 낮은 금리로 이자를 돌려받게 되면 ‘역마진’ 같은 금융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상황이며, 이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세금으로 충당될 확률이 높아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 임명현 MBC 기자. ⓒ임명현 제공

‘원전, 미공개 계약조건’편을 취재한 임명현 기자는 한국 정부가 원전수주 당시 정부 측에 유리한 정보만 공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던 사실을 지적했다. 임 기자는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UAE측에 금융지원을 하기로 한 부분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보도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며 “수출입은행 해명대로 국민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면 (보도 이후) 국민들이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임 기자는 “원전 수주 당시 정부는 하이리턴(고수익)만 강조하고 우리가 부담해야 할 리스크를 알리는 데는 소극적이었다”며 ‘원전수주가 NF소나타 100만대 수출과 같다’는 식의 단편적 홍보에만 치우쳤던 정부태도를 비판했다.

비판의 대상에는 언론도 있다. 원전수주 당시 언론은 정부의 대규모 홍보에 맞장구를 치며 수 십 조원의 경제효과를 대서특필했다. 임명현 기자는 “당시 워낙 정부가 대대적인 홍보 물량공세를 펴서 검증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밝히면서도 “언론의 후속 보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임 기자는 이번 보도가 “원전사업을 하지말자는 취지는 결코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원전수출을 위해 요구되는 능력(기술력 ‧ 가격경쟁력 ‧ 금융경쟁력 등) 중 금융경쟁력이 뒤처지는 한국의 상황에서 28년간 100억 달러의 금융지원은 리스크가 큰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합의 없이 은밀하게 진행한 부분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임 기자는 최근 두 차례나 연기된 UAE 현지 기공식을 언급하며 “양국 정상이 참여하기로 한 기공식 일정이 두 번이나 연기 된 것은 뭔가 내막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던졌다. UAE측에 약속한 파이낸싱 부분에 대한 이행(금융지원 등)에 차질이 생겨 기공식 일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임명현 기자는 이번 원전수주가 “최대한 국민들의 이익에 부합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밝힌 뒤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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