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위 취재진들 폭행에 억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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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 외신기자들 신변 위협…“카메라 없어 스마트폰으로도 촬영”

무바라크 독재 정권의 퇴진을 촉구하는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보름 가까이 이어지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위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한때 현지 취재진이 친 정부 시위대와 이집트 군대에게 위협을 당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해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지금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한때 국내 언론도 시위대와 군 당국으로부터 신변 위협을 당해 우려를 사기도 했다. SBS 현지인 카메라 기자는 친 무바라크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했고, KBS 이충형 특파원과 임세형 파리 PD 특파원은 경찰에 억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지난 4일 〈뉴스9〉를 통해 “시위 장소와 인접해 있는 호텔마다 외신 기자들에 대한 소개령이 내려져 취재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 박충희 기자도 카이로 시내를 취재하다가 이집트 군 당국의 제지를 받고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취재진은 촬영한 화면을 모두 삭제한 뒤에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황외진 MBC 보도국 국제부장은 “그 사건 이후 하루 정도는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하루는 카메라 없이 스마트폰으로만 촬영, 외신을 이용해 내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무바라크 정권과 야권 세력이 협상 국면에 들어가면서 사태의 진정이 기대되고 있지만, 현지 취재 사정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안전 대책도 별도의 보험에 가입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KBS 국제부 관계자는 “이집트가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외신보도 통제가 여전히 심한 상태”라며 “친 무바라크 세력의 사복경찰들이 외신 테러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 사태가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현지 취재 인력은 점차 철수하는 분위기다. MBC는 현재 왕종명 기자와 박충희 기자를 포함해 5명의 취재 인력이 나가 있지만 한 팀이 곧 철수할 예정이며, 런던 특파원 등 총 2명이 카이로 현지에 나간 YTN도 일주일 내에 철수할 계획이다. KBS는 최근 이충영 특파원 팀이 철수하면서 현지에 6명의 취재 인력이 남아 있으며, SBS는 이민주 카이로 특파원과 현지 고용 인력 2명이 취재를 전담하고 있다.

한편 MBC 〈W〉가 폐지되며 지상파 방송사의 국제시사 프로그램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다룬 시사프로그램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8일 현재까지 이집트 사태 관련 기획을 준비 중인 시사프로그램은 〈KBS 스페셜〉 과  〈PD수첩〉 두 편뿐이다. 〈KBS 스페셜〉 은 현지 취재를 모두 마치고 오는 13일 방송을 계획 중이다. 〈PD수첩〉은 최근 PD 2명과 카메라맨 1명 등을 이집트 현지에 파견했다. 김태현 책임PD는 “서방 언론이 전하지 않는 현지 사회의 진실을 직접 취재해서 보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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