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오디션 프로그램, 철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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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마저 오디션 대상으로…‘저예산 막장방식’ 우려

▲ 지난 1월 28일 열린 MBC 아나운서 공개채용 프로그램 <신입사원> 기자간담회 모습. ⓒMBC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 Mnet <슈퍼스타 K>의 성공 이후 지상파에서 앞 다퉈 오디션 장르를 가져온 결과다. 연기자, 아나운서 등 오디션 대상의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이를 두고 “철학 없는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의 결과”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MBC는 지난해 말 대표적인 시사교양프로인 <W>를 폐지하고 글로벌 오디션 프로젝트 <위대한 탄생>을 만들었다. 이후 MBC <일밤-오늘을 즐겨라>가 오디션 방식을 채용했고, 지난 달 28일에는 아나운서 공개채용 프로그램 <신입사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신입사원>은 2월 14일까지 원서접수를 받고 카메라테스트와 심층테스트를 거쳐 아나운서를 선발할 예정이다.

SBS는 신인연기자를 뽑는 <기적의 오디션>을 올 하반기 중 신설할 예정이다. 케이블 채널 tvN은 폴 포츠를 배출한 해외 오디션 프로그램 ‘갓 탤런트(Got Talent)’ 포맷을 빌려온 ‘코리아 갓 탤런트’를 상반기 중 방송할 예정이다. KBS는 지난해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합창단’편에서 일반인 오디션으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최근 논란이 되는 프로그램은 MBC <신입사원>이다. 언론사 지망생들은 “을의 입장인 구직자들의 절박함을 팔아 시청률을 올리려 한다”며 해당 프로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다. 언론사 준비생 커뮤니티 ‘아랑’에는 “교양미 갖춘 아나운서의 이미지만 실추시키지 않을까 염려 된다”, “잘못 나갔다가 타방송사 시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취업 약자들을 상대로 뭐하는 짓이냐”는 등 비판 글들이 100여건 넘게 올라왔다.

이와 관련 민동기 미디어평론가는 “지상파의 공개오디션 도입에서 제일 우려되는 건 철학의 부재”라며 “아나운서는 엔터테이너와 저널리스트가 혼재된 분야인데 이 부분을 공개오디션으로 뽑는 건 아나운서 분야를 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 지적했다. 민 평론가는 이어 장사가 되니까 오디션 방식에 주목하는 지상파들의 ‘대세추종적’ 경향을 꼬집으며 “철학 없이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모래성과 같다”고 덧붙였다.

▲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의 한 장면. ⓒMBC
한편 이 같은 오디션프로그램의 ‘범람’이 구조적인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 겸 문화비평가는 “제작비 등 방송환경이 열악해지며 적은 투자로 많은 것을 뽑아내려 하다 보니 (프로그램이) 저예산 막장방식으로 가게 된다”며 오디션 프로그램 증가의 이면을 지적했다. 일반인들이 본인의 사연들을 준비해 나오기 때문에 방송사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으로 프로그램을 쉽게 제작할 수 있고 감동과 시청률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리얼’을 강조하면서 출연자들의 날것이 공개되며 선정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어 최근 증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시청률만 의식한 ‘저예산 막장드라마’로 이어질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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