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 김C는 되고 윤도현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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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윤도현 ‘블랙리스트’ 논란 가열

KBS <시사기획 KBS10 - 인권위 10년, 낮은 곳을 향하여>편의 윤도현 내레이션 무산을 두고 사측과 노조 간의 ‘블랙리스트’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 가수 윤도현. ⓒEBS

이번 논란은 8일 밤 KBS 1TV에서 방송예정인 <시사기획 KBS10> ‘인권위’편의 내레이션을 맡기로 했던 윤도현 씨가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란 이유로 데스크에 의해 섭외가 무산되며 시작됐다.

7일 오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엄경철, 이하 KBS본부)는 성명을 내고 “특정인에 대한 방송 불가를 주장하려면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합리적인 이유를 내놓아야 한다”며 김미화 씨에 이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KBS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윤씨가 “MBC, SBS 등에서 ‘탈북청소년 문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시사적 주제를 다룬 적도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란 사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KBS본부는 이어 “윤 씨가 이른바 ‘의식 있는’ 연예인이라는 점과 지난 정권의 사람이라는 터무니없는 ‘선입관’의 결과로 섭외를 반대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윤제춘 KBS 시사제작국 탐사제작부장은 같은 날 반박 입장을 발표했다. 윤 부장은 “윤도현 씨는 그동안 보도본부 프로그램의 내레이터로 한 번도 선정된 적이 없다”고 밝힌 뒤 “타사에서 (윤씨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하더라도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에는 자체적인 검증절차가 필요하고, 윤 씨의 경우는 검증이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윤 부장은 KBS본부의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지난해 8~9월에 윤 씨가 KBS에 출연한 적이 있어 블랙리스트 논란은 어불성설”이라 주장했다. 그는 또 “있지도 않은 블랙리스트 논란을 일으켜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논쟁을 하는 것은 KBS의 독립성을 뒤흔드는 것”이라 말했다. 윤제춘 부장은 이어 “데스크와 제작 담당 기자의 의견이 달라 논의를 거쳐 새로운 내레이터가 결정된 정상적 절차에 대해 노조가 마치 의혹이 있는 듯 주장을 펴는 것은 제작 자율성을 침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BS본부는 8일 재반박성명을 내며 “보도본부에서 연예인을 내레이터로 선정해 제작한 지가 하루 이틀도 아닌데 왜 윤도현 씨만 안 된다는 것인지 사측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명에 따르면 KBS 보도본부는 지난해 10월 <시사기획 KBS10>에서 양희은, 8월 <국권침탈 100년>4부작에서 유지태, <시사기획 KBS10>의 전신인 <시사기획 쌈> 시절에는 하희라와 김C를 내레이터로 쓴 적이 있다.

KBS본부는 사측의 제작 자율성 침해 주장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 내레이터 선정은 제작자의 자율 영역이었다”고 반박 한 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윤 씨를 거부해 ‘블랙리스트’ 논란을 자초한 것은 사측”이라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단체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8일 오후 성명을 내고 “윤도현 씨는 그동안 KBS의 여러 프로그램에서 직접 진행을 맡은 베테랑 진행자이고, 방송 3사의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은 경력이 있는데 그런 그를 섭외까지 끝난 상황에서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교체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 지적한 뒤 “KBS측의 검증된 내레이터 기준이 궁금하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이어 “윤도현 씨는 이명박 정권에 장악된 KBS가 퇴출시킨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KBS가 또 다시 그의 내레이션을 문제 삼았으니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주장도 믿을 수 없는 것”이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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