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의 항의 사연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지난 설날 특집 다문화 가정 프로그램에 섭외한 외국출신 귀화 한국인의 출연에 대한 항의였다.
“그 사람이 한국에 15년 이상 거주했다는 이야기는 분명 불법 체류했다는 이야기다. 최근 국적을 취득했다고 하지만, 분명히 불법과 편법이 있었을 것이다. 불법체류자들을 영웅시하고 연예인화 시키는 방송사는 반성해야 한다.”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한 귀화 한국인은 최근 영화와 모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해 깊은 감동을 주었을 만큼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다. 성인가요도 가수 못지않게 구성지게 부르고, 우리말 실력도 국내 출신 만큼이나 완벽한 탓에 방송 및 인터뷰 섭외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작년 말 드디어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인이 되었다. 시청자의 지적대로 그 사람은 오랜 시간을 불법체류자로 살았을 것이다. 불법체류자로 국내 체류하는 과정 자체가 불법이었고, 어쩌면 재입국하는 과정에서도 편법이 동원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업연수생으로 혹은 관광 비자를 받아 최초 입국한 외국인이 불법체류 과정 없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난한 방법이라고 해야 한국인과의 결혼 혹은 입양 정도뿐이다. 따라서 그들 중 대다수는 일정 기간(대부분 장기간일 수밖에 없긴 하지만) 불법체류자로 근근이 생활을 영위하다 마침내 국적을 취득하거나 강제추방 당할 뿐이다.
국적은 인권처럼 천부적으로 부여되는 것일까? 국적은 신성한 영역의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은 누구나 정치나 종교 등 신념의 이유로 혹은 경제적 이유로 국적 변경을 원할 수 있다. 국적 취득의 가부는 해당국가의 주권에 달린 문제겠지만, 모든 국가는 이 과정의 원활하고 공정한 절차를 보장할 책무가 있기도 하다.
한국은 어떨까? 오히려 미국, 스위스, 일본보다 훨씬 더 국적 취득이 까다롭고 복잡하기로 악명 높다고 한다. 물론 선진국 출신의 국적취득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21세기 한국은 일본을 능가하는 초 고령화 가속화와 세계 제일의 저 출산율로 급격한 경제 퇴조가 예상된다. 외국출신의 한국인은 급격하게 증가할 테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의 연착륙에 실패한다면 21세기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 통일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사실상 전혀 다른 나라로 60여년을 살아온 남북이 평화롭게 살아갈 방법이기도 하다.
지인들에게 자주 농담처럼 던지는 말이지만, 나름대로의 신념이 담긴 말로 마치고 싶다. 여권 표지가 짙은 초록색이면, 그(그녀)는 분명 한국인이다. 한국인의 조건은 그것뿐이다.
짱개와 결혼한 외국인조차 국적을 안주고있소
그것에대하여 할말은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