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W’ 부재(不在)가 안타까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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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W’ 부재(不在)가 안타까운 이유
  • PD저널
  • 승인 2011.02.0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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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정부와 야권이 협상을 갖고 헌법개정위원회 구성 등에 합의하면서 2주째 이어지고 있는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을 점거한 시위 단체들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 언제 그 불씨가 살아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번 사태가 타협을 통해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아니면 대규모 봉기로 확산될 지 여부는 금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서 시작해 예멘과 이집트 등으로 확산된 북아프리카와 중동 민중들의 민주화 시위를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이 땅의 역사적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독재자의 장기집권과 경제파탄은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불과 수십 년 전 한국 민중들이 겪어야 했던 불행한 역사와 너무나 닮아있다. 4?19 혁명과 5?18 광주민중항쟁, 그리고 87년 6월 항쟁이 모두 같은 맥락이었다. 현재 제3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시위의 정치경제적 배경과 전개과정, 그리고 전망 등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소식을 접하고 싶은 것은 이렇듯 시공간을 뛰어넘는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이 시간에도 각 방송사 취재진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집트 현지에서 취재 중에 있다. 그러나 뉴스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은 시위의 단편적 사실에 대한 화면이나 리포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제 정책이 제3세계 민중 시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집트 사태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 심층적인 배경은 TV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W>와 같은 국제 시사 프로그램의 폐지가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현재 일부 방송사에서 PD특파원 또는 순회특파원 제도를 운영하며 국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지만 대개의 경우 유명 관광지 소개나 이색 축제 현장, 새로운 유행 등으로 소재가 한정돼 있다. 다양하고 복잡한 국제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우리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하다.

분쟁지역 취재환경은 의사소통의 불편함은 물론이거니와 그 사회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무엇보다 취재인력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점 등 열악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갈등의 진실을 전달하고자 하는 언론인으로서의 열정과 역사적 책임의식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공영방송은 비단 독립된 재원구조로만 정의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방송사를 지향하면서 시청자들을 위하여 괜찮은 국제 시사 프로그램 하나 편성할 의지가 없다면 굳이 ‘공영’이란 타이틀을 붙여도 좋은 것인가. 시청률과 경제적 이유로 프로그램을 폐지한 공영방송사 수뇌부의 단견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 이번 사태가 방송계에 던지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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