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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이단자들

|contsmark0|작년 8월7일 조선일보 거부 지식인선언이 발표된 후 조선일보가 시사저널 기자에게 밝힌 입장 중 한 대목은 이러했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로 다양한 견해를 가질 자유가 있다.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조선일보의 존재를 부인하며 이를 집단적인 행동을 통해 표출하는 것은 반지성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다.”
|contsmark1|조선일보 구독거부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많은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이 조선일보를 거부하는 이유는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다. 말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고 하면서 실은 파괴적이고, 다양한 견해를 가질 자유가 있다고 하면서 실은 묵살하고, 조선일보와 견해를 달리한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매장하려드는 ‘반지성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발상’ 때문에 거부를 하는 것이다.
|contsmark2|조선일보 7월 30일자 5면 우측 상단에 배치해놓은 기사는 역시 조선일보다운 발상이었다. <黨內 ‘이단 목소리’ 野지도부 고심>. 아마 내 기억으로는 정치권의 논쟁과 관련하여 ‘이단’이라는 용어는 처음 등장하는 게 아닌가 싶다.
|contsmark3|한나라당 내에서 끊임없이 ‘이견’을 내놓았던 이부영, 김원웅, 안영근, 서상섭 의원 등의 발언을 두고 내린 규정이다. 기사에서는 이들을 ‘이단자’라고 했다.
|contsmark4|다 알다시피 이단(자)이란 종교적인 용어로서 척결의 대상을 일컫는다. 교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요 같은 하늘 아래 공존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사탄이요 마귀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죽임을 당했던 것이다. 갈릴레이처럼 신념을 부인하든지. 전체주의사회에서의 비이성적이고 반지성적인 폭거였음은 물론이다.
|contsmark5|이단의 반대는 정통이다. 그 정통은 무오류의 완벽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견은 바로 이단으로 직결된다. 그 네 사람이 이단이라면, 한나라당 주류는 무오류의 정통이 된다.
|contsmark6|그렇다면 사람들은 모두 한나라당을 신봉해야 마땅하다. 의심 없이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한다. 세무조사는 비판언론 죽이기다, 언론탄압이다, 김정일 답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황장엽을 미국에 보내야 한다, 아멘. 할렐루야!
|contsmark7|그러면 조선일보는 뭔가? 신(神)이다. 성경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그 대리인이다. 조선일보가 곧 길이요 진리다. 그래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열심히 조선일보를 추앙하며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다.
|contsmark8|우리는 지금 중세사회를 살고있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하고 속속 동참하고 있는 우리 운동의 목표가 언론개혁인지 종교개혁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루터와 칼빈 등의 종교개혁에 의해 프로테스탄티즘이 발흥하고 가톨릭도 새로워졌듯이 우리는 중요한 역사의 분수령에 서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contsmark9|사실은 한나라당 지도부가 고심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가 고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이단자’들이 끝까지 한나라당과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은근히 쫓아낼 것을, 아니면 스스로 보따리 쌀 것을 종용한다.
|contsmark10|그나마 극소수의 이견을 말하는 이들을 종교재판식으로 처리한 후 철저한 전체주의 정당으로 강화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그리고 밤의 대통령을 넘어 신의 지위에까지 오른 조선일보가 더욱 더 설치게 되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 이 삼복더위에 납량특집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contsmark11|김동민 한일장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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