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국민과 함께 승리한 언론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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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국= 장정훈 통신원

필자의 주관이 100%인 문제를 하나 내보겠다. 이집트 민주항쟁의 승리자가 이집트 국민이라면, 언론사의 승리자는 누굴까?

세계적인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 역사의 현장은 전세계 언론사들의 경쟁 무대가 된다. 이집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BBC를 비롯한 영국의 주요 방송과 신문들은 자사를 대표할 만한 쟁쟁한 저널리스트들을 파견해 이집트 문제를 국내 뉴스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며 총성없는 전쟁을 치렀다. 그중엔 이런 언론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그들의 방송국에 폭탄을 던지고 싶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바그다드 지국은 두번이나 폭격을 당했다. 그것이 전쟁 중에 일어난 실수였는지, 실수를 가장한 고의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라크전이 한참일 때의 이야기다.

▲ <알 자지라 잉글리쉬> 홈페이지
그리고 2011년 1월 30일 이집트 정부는 이렇게 통보했다. “방송허가권을 취소한다. 오늘부로 방송은 금지되며, 소속된 모든 PD와 기자는 자격을 정지한다.” 다음날, 이들의 사무실에 일단의 이집트 군인들이 침입해 직원 6명을 체포했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를 취재하면서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국적과 소속을 막론하고 무자비하게 끌려 다니거나, 매를 맞고, 심지어 칼부림까지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BBC를 비롯해 각국의 언론사와 정부가 이집트 정부에 여러 번 공식 항의를 해야 할 정도였다.

이란은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가 자국에까지 확대될것을 우려한 나머지 전파를 교란하는 방법으로 BBC 페스시안 TV의 서비스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란 국민들은 BBC를 통해 이집트의 소식을 접하고 있었던 거다.

권력은 소통을 두려워하는 속성을 가지기라도 한걸까? 권력자들이 행하는 소통방해 공작은 늘 이처럼 치졸하다 못해 처절하다. 이집트 국민의 시위를 부추긴다며 방송을 금지 당하고, 자사의 저널리스트가 체포되는 수모를 견뎌내고 이집트 국민과 함께 승리를 거머쥔 언론사가 있으니 바로 <알 자지라 잉글리쉬>다. 이게 필자가 낸 문제의 답이다.

<알 자지라 잉글리쉬>는 <알 자지라>와는 별개의 회사 운영체제로 2006년 탄생했다. BBC나 ITV 같은 영국의 주요 방송사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으며 영어로 방송한다. 이번 이집트 반정부 시위를 거치면서 <알 자지라 잉글리쉬>는 글로벌 뉴스네트워크로 자리를 굳혔다. 미국에서 본격적인 방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즈>는 “세계인의 관심사에 완벽하게 부응하는 방송”으로, <켄사스 시티 스타>는 “반드시 봐야 하는 방송 (Must -See TV)”로 <알 자지라 잉글리쉬>를 소개했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과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알 자지라 잉글리쉬>를 시청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지도 제고에 힘을 받고 있다. 알 안스테이 <알 자지라 잉글리쉬> 사장은 “지난 몇주간은 정말로 특별했다. <알 자지라 잉글리쉬>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 진정 역사적인 기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알 자지라 잉글리쉬>는 100여개 국가, 2억 2000만명이 시청을 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제약으로 미국 시장 진출이 막혀 있어 미국 내에선 300만명이 안되는 시청자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이집트 민주화 항쟁을 거치면서 <알 자지라 잉글리쉬>에 대한 미국내 요구가 높아 지면서 미국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을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 안스테이 사장은 “미국 시장 진출을 확신한다. 다만 언제냐의 문제만 남아 있을 뿐” 이라고 말한다.

▲ 영국=장정훈 통신원 / KBNe-UK 대표
<알 자지라 잉글리쉬>의 약진은 또 다른 중요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전 BBC 국제뉴스 담당국장 리처드 삼브룩은 “서방의 언론사들이 해외 지국을 줄이고, 감원과 감축을 시행하면서 시련을 격고 있는 반면 <알 자지라>나 중국의 언론사들은 국제뉴스와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거액을 투자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7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제 저널리즘이 서방주도에서 중동과 아시아 주도로 넘어가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저널리즘의 축이 아시아로 넘어 가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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