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 한땀’ 옮겨놓은 명작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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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땀 한땀’ 옮겨놓은 명작의 재미
[인터뷰] KBS 2TV ‘명작스캔들’ 민승식 PD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1.02.15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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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식 KBS '명작스캔들' PD. ⓒPD저널
KBS <명작스캔들>의 한 장면. ⓒKBS

우리가 ‘명작’이라 외우고 지나쳤던 예술작품을 새롭게, 재미있게 바라보는 교양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KBS 2TV 토요일 밤 10시 10분 방송되는〈명작스캔들〉은 미술과 음악에서 흔히들 ‘명작’이라고만 알고 있는 작품들에 대한 다양한 ‘콘텍스트’(배경)를 읽어내 일반인과 명작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명작스캔들〉연출을 맡은 민승식 PD는 “대중매체가 시청자에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문화적 재미를 줌으로써 사회적 교양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2002년 당시 민 PD는 지휘자 정명훈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공연장에 온 일본 관람객들이 대수롭지 않게 정명훈의 지휘를 분석하는 수준에 문화적 쇼크를 받았다. 그 때의 경험은 수준있는 교양프로그램제작에 대한 바람을 높였다. 하지만 기존의 교양 프로그램은 논문을 보는 것처럼 재미없었다. 그래서 도입한 게 ‘스캔들’이었다.

▲ 민승식 KBS '명작스캔들' PD. ⓒPD저널

르네상스 시대 화가 보티첼리의 명작 ‘비너스의 탄생’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폐결핵 환자였다. 조선 시대 화가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는 물감의 일부로 독이 쓰였다. 〈명작스캔들〉은 이처럼 논란이 되었던 ‘스캔들’로 명작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 뒤, 작품의 이해를 돕는 설명을 더한다. 학교에서 인기 많던 선생님이 가르치던 방식이다.

시청자들은 TV앞에서 유쾌한 미술·음악 수업을 접하고 있다. 민승식 PD는 “우리는 지금까지 외우는 교육만 했다. 보고 즐길 줄 알게 하는 교육은 못 받았다”며 “‘명작스캔들’은 후자를 위한 작업 중 하나”라고 밝혔다.

〈명작스캔들〉은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다른 채널의 드라마보다 시청률이 떨어지지만,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달 8일 첫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게시판에는 “시청료가 아깝지 않다”는 글이 꾸준히 쌓이고 있다. 민승식 PD는 “시청자와 명작의 사이를 가깝게 해주는 가이드라인 역할로 (‘명작스캔들’이) 기획됐다”며〈명작스캔들〉을 통한 문화예술의 대중화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민승식 PD는 전부터 ‘문화예술의 대중화’라는 키워드와 가까웠다. 그는 2000년부터 5년간 〈클래식 오디세이〉 연출을 맡으며 ‘음악의 영상화’에 기여했다. 그는 그곳에서 예술에 목말라하는 시청자들을 봤다. 당시 시청자들은 일 년에 네 번씩 공개 방송을 했다. 공개방송 때마다 게시판에 하루 2000건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그를 괴롭히는 건 시청률이었다. 〈명작스캔들〉의 경우도 프라임시간대에 편성되며 시청률 압박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민 PD는 “제작자 입장에선 아이돌 유혹을 많이 받지만 아이돌이 출연하면 프로그램의 당위성에 물음이 생길 수 있다”며 아이돌 대신 ‘교양 프로그램’ 본연의 자세로 콘텐츠에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 KBS <명작스캔들>의 한 장면. ⓒKBS
제작진은 포맷 변화로 콘텐츠에 힘을 불어넣을 생각이다. 우선은 기존의 음악과 미술 영역에서 건축, 영화, 문학까지 명작의 영역을 확대할 생각이다. 민 PD는 “아이템에 맞는 전문성과 대중과의 소통 능력을 갖춘 패널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밝힌 뒤 “이제는 우리의 시각을 가지고 해외 걸작을 분석할 시점이 왔다”고 덧붙였다.

민 PD는 또 〈명작스캔들〉의 성공으로 후배 PD들이 다양한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길 바랐다. “‘프라임타임에서 문화프로그램도 된다’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이제 겨우 방송 한 달이 지난 만큼 앞으로 이어질 〈명작스캔들〉의 신선한 ‘스캔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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