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저녁 버라이어티 ‘총성 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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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해피선데이’ 출연자 하차설로 뒤숭숭
MBC ‘일밤’ 실패 딛고 오디션으로 도전장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시청률 꿈틀

일요일 저녁 버라이어티의 지각 변동이 예고됐다. 지난 1~2년간 거의 고정되다시피 해온 지상파 방송 3사 예능 판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동 시간대 최강자로 군림해온 KBS 〈해피선데이〉가 잇단 출연자들의 하차설 등으로 뒤숭숭한 사이 SBS 〈일요일이 좋다〉가 ‘런닝맨’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몇 년 째 ‘붙박이 꼴찌’ 신세를 면치 못하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20여년만의 대변신으로 명예 회복을 꿈꾸고 있다. 과연 이 소리 없이 치열한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이승기 하차설’ 독이 될까 약이 될까

지난 14일 이승기의 ‘1박 2일’ 하차설이 보도되며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다. 3월 일본 진출을 위해 ‘1박2일’은 물론 SBS 〈강심장〉 MC에서도 하차한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도 군 입대 등과 관련해 이승기의 하차설이 떠돌았지만 단순히 ‘소문’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승기의 하차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져 온 방송가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15일 오후 이승기 측이 3월 하차설을 공식 부인하며 분위기가 전환됐다. 이승기의 소속사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군 입대 전까지 계속 함께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소속사 측은 “‘1박2일’ 제작진과 소속사는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고 프로그램이 안정화되면 이별의 시기를 조율하자는 것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군 입대 등의 이유로 이승기의 하차는 불가피한 것이다.

▲ 잇단 출연자들의 하차로 고비를 겪은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의 출연자들. ⓒKBS
이승기 하차를 둘러싼 ‘소동’은 ‘1박2일’과 같이 팀워크와 동료애를 주축으로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경우 출연자의 이탈이 치명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김C와 MC몽이 잇따라 하차한 상황에서 최근 실질적으로 ‘1박 2일’의 인기를 견인해 온 이승기마저 하차한다면 프로그램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만일 다른 멤버가 충원된다고 하더라도 자리를 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특히 김종민이 군 제대 후 한 동안 ‘예능감’을 회복하지 못해 시청자들의 핀잔을 듣고 있다는 점에서 이승기의 빈자리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1박 2일’과 쌍끌이로 〈해피선데이〉 독주를 견인해 온 ‘남자의 자격’ 역시 김성민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되며 갑작스럽게 하차하는 상황을 겪었다. 지난해 ‘하모니’편 이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남자의 자격’이지만, ‘1박 2일’이 흔들리는 순간 〈해피선데이〉 전체에 가해질 타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절치부심 ‘런닝맨’ 기회를 잡다

경쟁자의 위기는 곧 기회다. 이를 놓칠세라 빈틈을 파고든 것이 SBS ‘런닝맨’이다.

〈일요일이 좋다〉 1부 ‘런닝맨’은 사실 그동안 〈해피선데이〉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첫 방송 이래 ‘산만하다’는 혹평 하에 한 자리 수 시청률로 고전을 거듭해 왔다. 그런 ‘런닝맨’이 절치부심 끝에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동시간대 방송되는 ‘남자의 자격’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지난달 30일 16.3%(AGB닐슨미디어리서치,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기도 했다.

▲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SBS
‘런닝맨’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주를 이룬 예능에서 흔치 않은 게임 버라이어티로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방송 초기엔 서울의 랜드마크에서 벌이는 추격전이 화려한 스케일과는 달리 시청자의 흥미를 끌지 못했지만, 최근 유재석을 필두로 한 개리, 송지효, 송중기 등 출연자들의 캐릭터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재미가 배가됐다는 평가다.

〈일요일이 좋다〉 2부인 ‘영웅호걸’은 동시간대 방송되는 ‘1박 2일’ 탓에 10% 벽에 가로막혀 있지만 아이유, 지연, 서인영 등 젊은 여성 출연자들의 활약이 꾸준한 지지를 얻고 있다. 다만 ‘카라’의 니콜이 소속사와의 법정 다툼으로 최근 녹화에 불참하고 있어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일요 예능의 지각변동이 가장 반가운 것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다. 막다른 골목에 갇힌 상황에선 약간의 균열도 탈출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4년간 부진의 늪에 허덕이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20여년 만에 제목을 〈일밤〉을 바꾸는 등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한다. ‘뜨거운 형제들’과 ‘오늘을 즐겨라’를 폐지하고, 다음달 6일부터 ‘신입사원’과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등 새 코너를 선보인다.

‘신입사원’은 MBC 아나운서를 대국민 오디션으로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며, 김영희 책임PD가 직접 연출을 맡은 ‘나는 가수다’는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이다. 김건모, 김범수, 박정현, 백지영, 윤도현, 이소라, 정엽 등 쟁쟁한 가창력의 가수들이 2주마다 진행되는 공연에서 주어진 미션 곡을 소화하고, 500명의 청중평가단에 의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가수가 탈락하는 방식이다. 탈락한 가수의 자리는 또 다른 가수로 교체돼 새로운 경쟁체제에 돌입한다.

▲ MBC '일밤'이 새롭게 선보일 코너 '신입사원'의 아나운서들. ⓒMBC
대국민 오디션을 표방한 ‘신입사원’과 오디션 방식을 살짝 비튼 ‘나는 가수다’는 〈슈퍼스타 K〉 성공 이후 불어 닥친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줄곧 ‘공익적 예능’을 표방해온 김영희 PD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초강수를 띄웠다는 점에서 〈일밤〉의 이번 변신이 얼마나 절박한가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밤〉이 지난 2년여 동안 10편 이상의 코너들을 줄줄이 폐지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 개편의 성공을 속단하기는 힘들다. 오랜 부진으로 고정 시청자들이 이탈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을 다시 끌어 모으는 작업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리얼’과 ‘게임’, ‘오디션’ 등 저마다의 개성을 내세운 일요일 저녁 버라이어티들이 각축전을 예고한 가운데, 시청자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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