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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물결

정치학자 사무엘 헌팅턴(Samuel Huntington)은 비민주화된 국가가 민주적 체계로 이행하는 것을 ‘민주화의 물결’이라고 개념화했다. 비록 2년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민주화의 물결이론은 2011년에 시작된 아랍 국가들의 독재정권 퇴진운동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헌팅턴은 미국의 시각에서 보수적 정치학을 대변해온 학자라는 일부 비판도 있지만 그의 이론은 아랍의 민주화 과정과 오버랩 되는 부분도 상당하다.

먼저 그는 인류사에서 민주화 물결이 3번 있었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민주화가 제1차 대전이 끝나자 29개국의 민주국가들이 등장했다. 이것을 제1의 물결이라 한다. 이후 민주국가가 파시즘과 나치즘 등의 권위주의 국가로의 퇴행 이후에 제2차 대전이 끝나고 식민지들이 독립하면서 민주국가로 발전한 것이 제2의 물결이다. 마지막으로 1970년대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시작된 군사정권 붕괴가 1980년대 남미, 동아시아와 동유럽으로 번지는데 이 과정이 제3의 물결이다.

제4의 물결 시작되나?

이번 아랍의 민주화 운동은 튀니지의 시골 마을에서 여자경찰과 노점상 간의 마찰에서 시작되었다. 분노한 노점상의 분신자살과 시민들의 시위가 SNS와 유튜브룰 타고 공개되자 순식간에 수십만 명이 시위에 동참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독재에 대한 저항과 가난, 부패한 정권에 대한 불만감이 내재되어 있었다.

튀니지 민주화운동의 성공은 31년 동안 권력을 장악한 이집트의 무바라크에게 번졌다. 이집트 시민들은 튀니지에 자극받아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를 이용해 무바라크 퇴진운동을 조직화했다. 그리고 이들은 결국 3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남겼지만 철권통치자인 무바라크의 사임을 이끌어냈다. 이제 불길은 새로운 곳으로 번지고 있다. 예멘에서는 수만 명이 시위에 참여해 정권교체를 촉구하고 있다. 30년 이상 장기 집권한 살레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알제리와 요르단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었다 하니 가히 아랍을 뒤흔들고 있는 민주화의 물결이라 불릴만하다.

SNS의 민주주의 효과 증명

몰론 이것이 아랍발 민주화의 제4의 물결이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진실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이번 민주화운동 국가들이 아랍 내에서도 경제적으로 빈국에 속하며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대부분 국가에서 장기집권을 하는 통치자들이 존재했으며, 이들의 권력 기반은 경찰과 군대였다. 대표적으로 이집트 무바라크는 군부를 등에 업고 30년 넘게 장기 집권했으며 부패와 반인권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그가 국민의 저항으로 쫓겨난 것이 오히려 늦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이다.

둘째, 민주화 운동의 무기가 된 것은 화염병도 쇠파이프도 총도 아닌 SNS와 블로그였다, SNS는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시민조직화와 동원의 무기가 되었으며 진압과정의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 전 세계에 제일 먼저 소식을 전달했다. 독재자에 굴복한 많은 신문, 방송사들이 목소리를 죽인 가운데 SNS가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면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것이다. SNS는 운동 초기 이슈를 확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과정에서도 시위 준비와 연락, 시민참여와 동원 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기에 세계 각국의 지지?지원을 얻기 위한 노력도 SNS가 주도적이었다. AFP, BBC 등 서방의 유명 언론사들이 SNS의 영상을 뉴스화면으로 보도했을 정도다. 

▲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만약 이번 아랍 민주화가 도미노처럼 확산되면서 성공한다면 세계 정치지형은 새로운 변화가 도래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부패한 정권이 어떻게 심판을 받게 되는지, 그리고 시민관계망 미디어로 부각된 SNS의 민주주의 확산 효과와 시민운동의 도구가 되는 방식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이번에 가장 큰 집단행동 참여 도구 역할을 했던 SNS가 시민관계망 미디어로서 민주주의의 확산, 감시자 역할을 계속할지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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