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최시중, 스스로 연임 포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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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연임된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 추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방송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들어 연임을 요청했고, 최 위원장 본인도 강력히 희망하고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기 방통위 역시 최시중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방송?시민단체와 야당의 의견을 묵살한 오기인사요, 방송장악에 대한 보은인사일 뿐이다. 대통령이 말했다는 안정적인 방송환경은 결국 지금처럼 방송사들을 장악하고 통제하겠다는 것 아닌가. 

누차 지적했지만 지난 3년간 최시중 위원장의 행보는 한 나라의 독립된 방송통신 정책의 수장으로서가 아니라 철저히 정파적이고, 계산된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KBS를 향해 “색깔 없는 뉴스를 만들겠다”는 망언을 내뱉더니 MBC는 ‘정명’(正名)이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보라고 협박하는 등 공영방송을 부정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의 볼썽사나운 행동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을 강제 해임하는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거세지자 그는 정 전 사장에 대한 해임이 최종심에서 무효로 확정되면 책임을 지겠다고 국회에서 밝힌 바 있다. 현재 정 전 사장은 2심까지 승소해 마지막 대법원 판결만 남겨 놓고 있는 상태다. 최 위원장이 자신의 대국민 약속을 지킬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공영방송을 철저히 부정하는 한편 최시중 위원장은 보수신문의 종합편성채널 진출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올인하는 행동을 보였다. 언론계와 학계, 야당의 반발을 무시하고 마치 군사작전을 펼치듯 서둘러 종편 사업자를 선정하더니 지금은 각종 선물을 챙겨주기 바쁘다. 위헌, 탈법 시비가 벌어져도 공공연히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원장의 본분인 시청자 복지 등에 대해선 정작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상파 3사의 스포츠 중계권 협상과 관련해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국민적 분노를 사더니 케이블 TV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는 해가 바뀌었는데도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기 방통위원장 최시중의 3년 성적표는 공영방송 부정, 보수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 시청자 복지 외면 등으로 채워져 있다. 그는 평소 ’송무백열(松茂柏悅)`이란 고사성어를 자주 인용한다고 한다.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면 옆에 있는 측백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그의 위세는 커졌을지 모르지만 기뻐할 방송인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도리어 우리는 그에게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이란 말을 전하고 싶다. 결단을 내려야할 때 주저하게 되면 반드시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는 말이다. 지금이야말로 지난 3년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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