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의 연임이 확정되자 MBC노조가 “이제 MBC의 비극을 끝내야 한다”며 끝장 투쟁을 결의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는 방송문화진흥회가 16일 오후 김재철 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내정한 직후 성명을 내고 “MBC가 더 이상 망가지는 걸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 가슴에 치미는 분노가 이끄는 대로 독하고 질긴 끝장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성명을 통해 “역사상 가장 신속하게 MBC를 망가뜨린 김재철 사장은 역사상 가장 빨리 연임을 확정지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MBC가 ‘입안의 혀’가 되길 원하는 정권은 틈만 나면 충성맹세를 한 그에게 흔쾌히 ‘연임’을 하사했다. ‘흠’ 잡을 때 없는 그의 충성심은 ‘수준이하의 언행, 자질 부족, 무능력’이라는 정권이 보기에도 민망한 그의 ‘흠’을 덮고도 남았다”며 “이제 정권은 김재철 사장에게 연임을 하사하며 그나마 남아있는 MBC의 양심마저 모두 짓밟아 버리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 연임의 날개를 단 김재철 사장이 또 무슨 일을 벌여 MBC를 난장판으로 만들지, 우리 가슴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지 생각할수록 끔찍하다”며 “연임되자마자 조직 개편, 광역화, 프로그램 개편을 마구잡이로 추진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나돈다. 한 술 더 떠 연임이라는 은전에 보답하기 위해 MBC를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소름끼치는 전망까지 나온다. 곳곳이 지뢰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단해야 한다”며 ‘끝장 투쟁’을 결의했다.
언론·시민단체들도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언론노조 한 관계자는 “단협 해지라는 유례없는 선택이 오히려 언론사 사장이 되는데 도움이 되는 상황이 왔다”며 “현 정권이 언론에 대한 어떤 입장과 행동을 해야 사장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명확히 제시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MBC 구성원의 허탈감이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강할 것”이라며 “집행부도 효과적인 투쟁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조준상 언론개혁연대 사무총장은 “김재철 사장으로 인해 이제껏 쌓아온 MBC 브랜드가 추락하고 있다. 김 사장 연임은 (그의) 이기심으로 MBC를 수장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 사장이 정권으로부터 MBC를 망치라는 특명을 받은 대가로 연임을 보장받은 만큼, MBC노조와 미디어행동 등과 함께 ‘김재철의 MBC’가 아닌 ‘공영방송 MBC’를 지켜내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사장은 연임 이후 나쁜 정치 논리로 공영방송으로서의 MBC를 위한 내부 구성원들을 솎아낼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를 막아내기 위한 싸움에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MBC노조를 향해 ‘강도높은 투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연임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김재철 사장까지 연임이 됐다”며 “이는 이명박 정권이 방송장악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김재철 사장과의 싸움이 아닌 방송장악을 포기하지 않는 이명박 정권과의 싸움을 각오하지 않을 경우 MBC에 대한 정권의 통제는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며 “MBC 구성원들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어물쩍 넘어가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