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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랑스=이지용 통신원

중동권에서 일고 있는 혁명의 불꽃이 프랑스 정치권에 폭탄으로 날아 들었다.

튀니지의 민중 봉기가 한창이던 지난 1월 12일 미쉘 알리오 마리(Michele Alliot Marie) 프랑스 외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소요가 일고 있는 튀니지에 질서 유지 경험이 많은 프랑스 경찰의 노하우를 지원 할 수 있다”는 황당한 발언을 했다.

야당과 인권단체들이 프랑스 외교 정책의 수장이 독재 정권을 위해 프랑스의 경찰력을 지원하겠다니 제정신이냐며 장관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논란은 계속 확산됐다. 왜 미쉘 알리오 마리 장관은 이와 같은 생뚱맞은 제안을 한 것일까?

▲ 미셸 알리오 마리 프랑스 외무부 장관 ⓒ프랑스 외무부 홈페이지

풍자·특종 전문 주간지 <르 카나르 앙쉐네(Le Canard Enchaine)>의 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과일 행상을 하면 가족을 부양하던 26살의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경찰의 모욕적인 단속에 분신으로 항거하며 죽어가던 그 시간, 미쉘 알리오 마리 외무부 장관은 남편인 파트릭 올리에 국회관계 담당 장관과 벤 알리의 측근인 튀니지 사업가 아지즈 밀레드(Aziz Miled) 의 전용 제트기를 제공받으며 가족과 튀니지를 여행하면서 크리스마스와 연말 휴가를 보내고 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장관은 자신이 튀니지를 여행했을 당시는 민중 항거가 일어나기 전이었으며, 자신에게 편의를 제공한 튀니지 사업자도 벤 알리의 측근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권의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또 개인적인 친분으로 약간의 편의를 제공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장관은 휴가는 모든 프랑스인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권리임을 강조하며, 장관이라고 휴가를 떠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냐고 항변했다.

그러나 그의 항변은 “ 모든 프랑스인들이 독재 정권의 측근에게 전용 제트기 제공을 받으면서 휴가를 보내지 않는다” 는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프랑스 언론들은 장관의 휴가 기간과 민중 항쟁의 확산 과정을 시간과 날짜 별로 철저히 파헤쳐 보도, 그의 해명이 거짓임을 밝혀냈다.

언론들은 또 벤 알리 정권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그녀의 좋은 친구 아지드 밀레드가 벤 알리의 선거 대책 본부장을 두 차례나 역임했으며, 2014년 총선 벤 알리 대통령 후보 추대인이란 사실도 밝혀냈다. 아지드 밀레드가 튀니지 독재 정권의 핵심 인물임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알리오 마리 장관의 아버지가 이번 여행 기간 동안 아지드 밀레드 소유의 부동산 회사의 지분을 구매한 사실도 밝혀냈다.

일련의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빗발치는 사퇴 여론에도 불구하고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방·내부·법무장관을 거쳐 외교부 장관까지 승승장구 해 온 알리오 마리 장관은 자신이 사퇴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또 여당과 정부는 알리오 마리 일병을 지키기 위해 여론과 비판에 대한 무시전략으로 시간을 끌어 갔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 튀지니 민중 항쟁의 영향은 이집트로 확산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프랑수와 피용 수상이 오스니 무바락의 초청으로 이집트로 연말 휴가를 다녀왔다는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외무부 장관의 부적절한 튀니지 여행을 보도한 <카나르 앙세뉘>가 수상의 이집트 여행을 보도하려 한다는 정보를 수상실이 입수, 잡지가 나오기 전 서둘러 발표한 것이다.

피용 수상은 자신의 이집트 휴가는 많은 국가 원수들에게 제공되는 이집트 정부의 초청이며 과거에도 프랑스의 대통령, 수상들이 이집트의 초대로 휴가를 다녀왔다는 전례와 그동안 프랑스와 이집트는 각별하게 우호적인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경악스러운 사실을 정당하다고 우겨대는, 집단적으로 도덕성이 실종된 정부”라는 비판과 정부 사퇴와 내각 구성을 다시 하라는 여론 앞에서도 부적절한 휴가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당사자들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주장하며 사퇴할 이유도 없다고 버티고 있다.

▲ 프랑스= 이지용 통신원/KBNe 프랑스 대표

급기야 해결사 사르코지 대통령께서 나섰다. “앞으로 장관들이 휴가를 프랑스에서 보내는 것을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미 다녀온 휴가니 없던 일로 하자는 식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벤 알리가 쫓겨나고, 오스니 무바락이 하야하면서 중동 민주화의 불길이 민중들의 승리로 나타나자, 프랑스 정부는 이렇게 발표했다.

“프랑스는 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독재 정권에 대항해 위대한 민주화 승리를 이루어 낸 튀니지 국민들과 이집트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튀니지와 이집트의 민주화가 하루 빨리 자리 잡는데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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