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의 반란, 서울을 점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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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김민호 PD

TV에서 못 보던 뮤지션들이 마음껏 연주하고 노래한다. 관객들은 처음 마주한 그들의 라이브 음악에 몸을 맡기고 함께 호흡한다. 광주MBC는 충돌과 소통의 즐거움을 내건 〈문화콘서트 난장〉(연출 김민호, 음악감독 전용석, 이하 〈난장〉)을 4년째 이어오고 있다. 제작진이 방송 4년을 맞아 서울을 찾았다. 지난 18일 서울 홍익대 상상마당에서 공연을 앞둔 김민호 PD는 긴장감과 설렘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김민호PD ⓒPD저널
김 PD는 “‘라이브의 메카’인 홍대에서 자체 제작한 지역 프로그램 〈난장〉을 올리는 것이 상징적”이라며 “이번 서울 공연을 기점으로 8월에는 제주MBC와 이후에는 울산․청주MBC와 공동제작 참여로 공연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난장〉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지난 여정은 녹록치 않았다.〈난장〉은 메이저 방송사들조차 꺼려하는 라이브 공연프로그램에 척박한 대중음악계의 숨은 신인들을 무대에 올렸다. 김 PD는 “국내 대중음악은 아이돌 위주의 10% 음악이 주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며 “지역은 공연조차 활성화돼 있지 않은 환경이지만 숨어있는 90%의 뮤지션들이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현장에서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게끔 하고자 기획한 프로그램이〈난장〉이다”고 말했다.

“〈난장〉 제작비는 지역 프로그램 치곤 3~4배가 더 들지만 서울에서 드는 제작비에 비하면 큰 비용이 아닙니다. 서울 지상파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죠. 결국 ‘쇼’가 아닌 ‘라이브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프로그램 제작은 ‘의지’의 문제입니다.”

의기투합한 〈난장〉은 라이브 공연프로그램 EBS〈스페이스 공감〉(이하 〈공감〉)을 롤모델 삼아 걸음마를 시작했다. 스태프들은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공감〉의 제작 현장을 발로 뛰며 견학하고, 수차례 회의를 거쳤다.  〈난장〉만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방송용 화면 구성에서 1/3이상 관객의 표정을 담는다. 시청자들이 관객의 표정을 통해 역동적인 현장을 느낄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다. 이는 평균 시청률 2.5%라는 입지로 안착했다.

김 PD는 “바이올린 공연이라면 켜는 듯한 ‘쇼’가 아니라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음악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연 프로그램에 대한 지론을 밝혔다. 공연장의 관객과 더불어 시청자도 녹음된 MR과 라이브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난장〉은 80분 방송에 뮤지션 두 팀이 출연하는데 녹화 현장에서만큼은 튜닝부터 연주까지 모든 게 라이브로 진행돼 생동감이 넘친다.

▲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리허설 현장 ⓒPD저널
김 PD는 뮤지션 발굴에도 힘쓴다. 국내외 뮤지션뿐만 아니라 장르도 종횡무진 가리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즐겨듣던 김 PD는 현장에서 일로서도 음악을 많이 듣는다. 그는 “한 달에 50~60장의 음반을 듣는다.”며 “음악감독을 포함한 6명의 스태프 중 2/3이상 찬성하면 출연진으로 섭외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태프 간 취향이 달라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싱어송라이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진정성’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장〉이 지나온 발자국과 앞으로 나가야 할 길에 대해 김 PD는 “여전히 개편 때마다 〈난장〉의 존폐 여부에 놓이지만 문화 콘텐츠가 풍부하지 않은 지역에서 잘 버텨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며 공연 프로그램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앞으로 〈난장〉을 10년 정도는 더 해야 하지 않을까요. 프로그램이 오래 지속되어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숨어있는 국내 뮤지션을 발굴하면서 대중음악계에 큰 획은 아니더라도 작은 획을 남기고 싶습니다.”

인터뷰 내내 김 PD는 음악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모든 음악에 ‘벽’이 있지만 다양한 장르를 접하다보면 ‘벽’이 무너지면서 감동으로 채워질 때가 있었다고 한다. 세상 모든 음악의 벽을 허물어 줄 〈문화콘서트 난장〉. 무대 앞의 관객과 더불어 무대 뒤에 김PD도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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