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지금도 우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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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지금도 우리를 기다린다
[인터뷰] 500회 맞은 SBS ‘동물농장’ 이덕건 PD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1.02.22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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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동물농장> 500회 특집의 한 장면. ⓒSBS

SBS <TV동물농장>이 지난 20일로 500회를 맞았다.  <동물농장>은 2001년 5월 1일 첫 방송 이후 동물의 희로애락을 담은 시트콤 형식을 중심으로 동물 학대를 고발하는 시사적 요소와 반려동물 정보를 제공하는 실용적 요소를 적절히 담아내며 지난 10년 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사회적 반향도 있었다. 2008년에는 ‘철거촌 개들’(연출 박준우)편이 ‘아시안 TV 어워즈’ 베스트 리얼리티 프로그램 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의 ’위대한 교감’ 편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동물과의 교감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성장에도 <동물농장>이 적지 않은 몫을 했다.

2008년 말부터 <동물농장> 연출을 맡아온 이덕건 PD는 동물의 이야기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 초기에는 애견에 대한 정보와 감정변화 등을 읽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이내 동물도 슬퍼하고 즐거워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동물은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학대받는 개와 유기견의 눈물, 주인을 기다리는 동물들의 모습은 냉정하고 외로운 사회를 반영했다.

이 PD는 동물 학대가 “세상에서 제일 약한 존재에 대한 폭력”이라 말하며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래 <동물농장>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학대와 유기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게끔 노력했다. 지난 20일 500회 특집에서는 동물원의 화려한 동물 쇼의 이면에 가려진 착취 현장을 들춰내기도 했다. 이 PD는 “해외 취재 결과 동물 쇼 출연 동물들은 극한 상황에 처해있었다”며 “동물의 지나친 상품화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덕건 SBS <동물농장> PD. ⓒSBS

<동물농장>은 사회적 메시지 외에도 수많은 휴머니즘을 선사하고 있다. 이덕건 PD는 뚝방 위에서 주인을 기다리던 개 ‘백구’를 언급하며 “말을 하진 않지만 정말 자기 주인을 찾고 있구나를 느껴서 꼭 찾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진짜 주인이 백구를 찾아왔을 때, 백구가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며 이 PD는 한 편으론 놀라웠고, 한 편으론 가슴이 먹먹했다. 반려동물은 단절된 인간관계와 애정에 대한 그리움을 메우고 있었다.

늘 성공적이었던 것 같은 <동물농장>에도 위기는 있었다. 촬영이 오래 걸리고, 아이템의 한계도 있었다. 방송 초반에는 동물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자주 노출되면서 식상한 포맷이 됐다. 그래 돌파구로 삼은 게 ‘이야기’였다.

제작진은 동물에게 이상행동이 나타나면 단순히 행동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원인을 추적해 변화시키는 과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표적인 게 ‘하이디’편이었다. 이덕건 PD는 하이디가 “동물과 사람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사랑과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동물과 교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를 한국에서 만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PD에 따르면 하이디는 일본의 한 제작사와 독점 계약이 되어있어서 국내 출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PD는 “본인도 해당 계약에 대해 후회하고 있는 것 같다. ‘동물동장’ PD들과는 연락을 계속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 역시 한국에서의 출연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 SBS <동물농장>의 한 장면. ⓒSBS
이덕건 PD는 “인간과 동물 모두 생명의 가치를 구분할 수 없다”고 말하며 “사람의 이기적 기준을 버리고 대신 동물도 우리와 같은 생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농장>은 앞으로도 인간사회와 동물 간의 스토리텔링에 더욱 집중할 생각이다. 이 PD는 “3월에는 구제역 발생 지역에서 살아남은 한 송아지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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