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곳곳에 ‘칼질’ 우려…지역까지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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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연임에 MBC 일촉즉발

김재철 MBC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MBC 내부가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임단협 파기, R등급 강제 할당으로 이미 MBC 노사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연임 직후 들고 나온 조직개편안에 시사교양국 PD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역MBC 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강제 통폐합에 반대하는 지역MBC 구성원들은 이미 투쟁의 깃발을 올린 상태다. 김재철 사장 연임으로 MBC가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변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출범한 신임 MBC노조 집행부는 “3월 중 중대 결단을 내리겠다”며 파업을 예고해 또 한 번의 전면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조직개편에 내부 들끓어…“곳곳이 지뢰밭”=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는 지난 16일 MBC 사장 후보자 면접을 진행하고,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MBC노조 조합원의 90% 이상이 김재철 사장 연임을 반대했으나, 방문진은 “김재철 사장이 지난 1년간 MBC를 경영하면서 초기 단계에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나름대로 안정화 시켰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 연임으로 MBC 내부는 들끓고 있다. MBC노조는 성명을 통해 “연임되자마자 조직개편, 광역화, 프로그램 개편을 마구잡이로 추진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돈다. 한 술 더 떠 연임이라는 은전에 보답하기 위해 MBC를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소름끼치는 전망까지 나온다”며 “곳곳이 지뢰밭”이라고 성토했다.

▲ 김재철 사장의 연임으로 MBC가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변했다. MBC노조는 조직개편, 지역MBC 통폐합 등 김재철 사장의 일방독주가 계속될 경우 3월 중 파업을 결의한다는 방침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실제로 지난 17일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최종 확정한지 하루 만에 들고 나온 조직개편안이 벌써부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연임 전부터 비밀리에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진 조직개편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시사교양국의 편성본부 이관이다. 시사교양국 PD들은 “시사교양국이 제작파트에서 분리되면 경영진은 더욱 노골적으로 〈PD수첩〉에 간섭하고, 시사교양국 PD들을 길들이려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앞서 지난해 8월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에 대해 사전 시사를 요구해 불방 사태를 빚었고, 지난 1월에는 ‘공정사회와 낙하산’편에 대해 심의평가부가 이례적으로 영상제작물에 대한 사전 심의를 요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MBC 시사교양국 PD들은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지난 1년간 〈PD수첩〉의 4대강 비판 등으로 정권의 눈 밖에 난 시사교양국을 통째로 길들여보자는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특히 김재철 사장은 지난 16일 사장 최종 면접에서 “〈PD수첩〉 ‘광우병’ 보도가 허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프로그램과 관련된 이들을 징계할 생각”이라고 밝혀 ‘〈PD수첩〉 흔들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MBC 강제통폐합에 투쟁 깃발=지역MBC 강제 통폐합도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15일 방문진에 제출한 경영계획서에서 지역 MBC 2~3곳을 추가로 통폐합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철 사장은 앞서 지난해 말 임원회의에서도 강릉-삼척, 청주-충주, 대구-안동, 광주-목포 등의 지역사 추가 통폐합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다음 달 초로 예정된 MBC 주주총회에서 강제 통폐합을 염두에 둔 복수의 겸임 사장 선임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며 지역MBC가 들썩이고 있다. MBC노조는 지난 18일 발표한 지역MBC 경영평가가 지역MBC 강제통폐합과 사장 교체를 위한 수순 밟기라고 보고 있다. MBC는 이번 경영평가에서 통폐합 물망에 오른 청주MBC와 강릉MBC에 ‘A’를, 흡수 통폐합이 예상되는 충주MBC와 삼척MBC에는 ‘C’ 등급을 줬다. 저조한 경영성과에 대한 ‘문책성 인사’ 형태로 현 사장을 교체하고 창원-진주MBC의 경우처럼 겸임 사장을 선임해 강제 통폐합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상당수 지역사 사장의 교체도 예상된다. 지역MBC 19개사 중 사장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목표와 춘천 2곳뿐이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지난해에도 춘천과 목포, 제주 등 3개사를 제외한 모든 지역사 사장을 교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포항MBC의 경우 3년 동안 3명의 사장 선임으로 잔여 급여 등을 포함해 총 5억여 원의 금전적 부담을 져야 했으며, 지난해까지 연달아 두 명의 사장이 교체된 울산MBC도 3년 연속 경영 계획만 수립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지역MBC 19개 지부는 지역MBC 강제 통폐합 및 자율경영 침해에 맞서 대규모 상경 투쟁에 나선다. 이들은 “연임에 성공한 김재철 사장이 겸임사장(혹은 대표사장) 발령을 통해 지역MBC를 통폐합하거나, 임기가 보장된 사장의 경질을 통해 지역사에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자율경영을 침해할 수 있다”며 23일 MBC 본사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방문진 사무실 앞에서 ‘지역MBC 자율경영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정대균 MBC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폭력적 광역화가 지역 구성원과 지역 사회에 얼마나 소모적인 논란과 갈등을 초래했는지, 그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와 비슷한 방식의 비극이 또 다시 잉태될 기로에 서 있다”며 “지역의 공정성과 자율성을 반드시 되찾아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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