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임원진 선임 ‘공정성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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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 ‘제 편’ 챙기기…“공영성 포기, 노조와 대립하겠단 뜻”

MBC가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직개편을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MBC 새 경영진 선임에 대해서도 공정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23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 이사회를 거쳐 안광한 편성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 기용하는 등 새 임원진을 내정했다. 장근수 드라마1국장이 드라마예능본부장으로 발탁됐고, 편성제작본부장에는 백종문 편성국장이, 고민철 경영지원국장은 경영지원본부장에 내정됐다. 차경호 보도본부장은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전영배 기획조정실장은 보도본부장으로 서로 자리만 바꿨다. 이들 새 이사진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MBC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선임되며, 임기는 3년이다.

문제는 지난 1년간 MBC의 공영성과 노사관계를 해쳤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사들 대부분이 이번 인사에서 승진하거나 유임했다는 것이다. 안광한 부사장 내정자는 지난해 가을 개편 당시 구성원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후 플러스〉와 〈김혜수의 W〉 폐지를 강행해 MBC의 공영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보도본부장에 내정된 전영배 실장은 지난 2009년 보도국장 재직 당시 신경민 전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를 강행해 기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 23일 내정된 MBC 새 임원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안광한 부사장,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 전영배 보도본부장, 고민철 경영지원본부장, 장근수 드라마예능제작본부장,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MBC
이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정영하, 이하 MBC노조)는 24일 노보를 통해 “공정방송이 심각히 우려된다”며 새 경영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MBC노조는 “안광한 부사장은 편성본부장으로 재직하며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의 불방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당시 제작본부장이 임원회의에서 방송을 보류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분명히 했지만, 안 본부장은 임원진의 시사 없이는 방송이 불가하다며 가장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며 “프로그램의 공영성을 앞장서서 수호해야할 편성본부장이 오히려 공영성 훼손의 첨병으로 나서는 웃지 못 할 상황을 초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영배 보도본부장에 대해서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MBC 뉴스 본연의 기능을 해치는데 앞장선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관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과 신일고등학교 동기인 전 본부장은 지난 2009년 보도국장에 임명된 직후, 당시 촌철살인 클로징 멘트로 여권의 눈엣가시 역할을 했던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를 전격적으로 교체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보도본부 기자들이 1주일 이상 제작거부에 들어갔고, 전 본부장은 한 달여 만에 보도국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 전 본부장은 지난해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기획조정실장에 전격 기용됐다. MBC노조는 “전 본부장이 기조실장에 임명된 작년 김재철 사장의 인사가 ‘청와대 쪼인트 인사’였다는 사실은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입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며 “그렇게 임명된 전영배 기조실장이 이번에 자신을 내쫓았던 보도 부문의 최고 책임자인 본부장으로 1년여 만에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노조는 또 “이번 인사에서는 새로운 조직개편에 걸맞지 않은 인사와 무능한 인사 등이 눈에 띄고 있어 김재철 사장의 인재풀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며 “작년 한 해 조합탄압에 앞장섰던 인사가 승진 기용된 사실을 볼 때, 김 사장이 조합과 대립각을 형성해 청와대의 신뢰를 유지하려는 안쓰러운 노력을 지속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곧이어 단행될 국장급 인사에 대한 우려가 크다. 노조는 “라디오본부장으로 거론되는 한 인사는 잘못된 기획과 간섭으로 프로그램을 망가뜨리는 대표적인 무능 인사, ‘공공의 적’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런 그가 김재철 사장 및 그 가족과의 개인적 인연을 내세워 라디오본부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져 구성원들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결국 이번 인사는 결국 프로그램 공영성을 포기하고, 보도의 공정성을 버리며, 조합과 지속적인 대결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향후 프로그램 제작의 공영성,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가 자행될 경우 2000여 조합원들과 함께 단호한 종결투쟁에 나설 것임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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