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은 지난 24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 이사회를 거쳐 지역MBC와 자회사 등 관계회사 사장단을 선임했다. 당초 노조의 우려대로 윤정식 청주MBC 사장이 충주MBC 사장을, 임무혁 강릉MBC 사장이 삼척MBC 사장을 겸임하게 됨에 따라 청주-충주, 강릉-삼척 통폐합이 기정사실화 됐다.
앞서 방문진 이사회가 열린 지난 23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정영하, 이하 MBC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구성원들의 동의 없는 강제 통폐합에 반대한다”며 “강제 통폐합 추진을 위한 겸임 사장 발령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MBC노조는 겸임 사장 발령이 난 충주, 삼척 등의 지역에서 사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비롯한 통폐합 저지 투쟁에 나설 것임을 선언해 노사 간 갈등과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지역MBC 사장단 인사에서 당초 예상됐던 ‘전면 물갈이’는 없었지만, 본사 출신 사장 임명 관행은 여전했다. 자사 출신 사장 선임에 대한 지역사 구성원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김재철 사장은 광주MBC 사장에 서경주 본사 라디오본부장을, 춘천MBC와 목포MBC 사장에 각각 김재형 본사 경영본부장과 김성수 전 보도국장을 임명했다.
자회사 사장단에서도 겸임 발령이 이뤄져 향후 자회사 통폐합과 같은 구조조정을 예상케 하고 있다. 황희만 부사장이 MBC 프로덕션과 MBC 미디어텍 사장을 겸임하며, 안현덕 MBC플러스미디어 사장은 MBC스포츠 겸임 사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밖에 조중현 TV제작본부장은 MBC미술센터 사장에, 이주갑 시사교양국장은 MBC아카데미 사장에 내정됐다.
시사교양국장·라디오본부장 인사 논란…“시사프로 통제 의도”
MBC는 또 25일 윤길용 부국장을 시사교양국장에, 문철호 글로벌사업본부장을 보도국장에 임명하는 등 70여명의 국장 및 부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부 인사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내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라디오본부장과 시사교양국 인사다. 공히 ‘시사프로그램 통제’를 위한 인사라는 게 총평이다.
김재철 사장은 25일 이우용 창사50주년기획단장을 라디오본부장에 임명했다. 이우용 신임 본부장은 선임자 노조 출신으로 앞서 MBC노조가 “잘못된 기획과 간섭으로 프로그램을 망가뜨리는 대표적인 무능 인사, ‘공공의 적’”이라고 지목했던 인물이다.
MBC 라디오 PD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손봐주기를 위한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미화, 손석희 등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시도가 노골화 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한 라디오 PD는 “신임 본부장은 선임자 노조에 깊숙하게 관여했던 인물로, MBC 시사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관련해 터무니없는 문제제기를 하는데 일조해 왔다”며 “이미 2년 전에도 경영진이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 씨 교체를 시도한 바 있는데, 껄끄러운 시사프로그램에 손대려는 시도가 노골화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신임 본부장이 김재철 사장과 개인적 인연이 있다는 점과 관련, 이번 인사가 ‘정실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PD는 “주요 프로그램에서 배제되고 보직부장을 그만 둔 지도 8~9년이 돼 2000년 이후에는 거의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일이 없었던 인사가 뜬금없이 라디오본부장에 임명된 것은 사장과 특수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MBC 라디오 차장급 이하 PD들은 이르면 오늘(25일) 중 라디오본부장 선임 과정을 묻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이번 인사와 관련해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MBC 시사교양국 PD들도 25일 오후 4시 긴급 총회를 열고 이번 인사와 관련해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시사교양국장 및 부국장, 일부 부장급 인사가 부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MBC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이번 인사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PD수첩〉을 비롯해 국장이 모두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단적으로 최승호 〈PD수첩〉 PD의 자리 이동이 예상되는 등 시사교양국이 초토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