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저널리즘 싹 자르려는 권력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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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제 인사 발령 대상이 된 ‘PD수첩’ 최승호 PD

시사교양국의 편성본부 이관에 이어 지난 2일 단행된 인사 조치로 MBC 시사교양국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특히 ‘1년 이상 같은 프로그램을 한 PD는 예외 없이 교체’를 원칙으로 했다는 이번 인사는 ‘막가파식 인사’ ‘시사프로그램 옥죄기’라는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최승호 PD가 있다. 〈PD수첩〉의 ‘간판스타’인 최승호 PD는 이번 인사 조치로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과 특별 생방송 등을 담당하는 시사교양국3부로 자리를 옮겼다. 취재 일선을 떠나 사실상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탐사보도에 관한 10개월 간의 연수를 마친 뒤 지난 2009년 7월 〈PD수첩〉에 복귀해 1년 7개월 간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공정사회와 낙하산’ 등 성역 없는 고발로 탐사 저널리즘의 영역을 구축해 왔으나, 정권에게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최승호 PD를 솎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 PD는 이번 인사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비판적 저널리즘을 싹을 자르려고 하는 권력의 음모”라고 단언했다. 그는 “단순히 시사교양국장이 혼자 한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다 연결이 돼 있고, 배후에는 권력이 있다”고 말했다.

▲ 'PD수첩'팀을 떠나게 된 최승호 MBC 시사교양국 PD. ⓒ언론노보 이기범
시사교양국 PD들은 2일 기존의 평PD협의회 체제에서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최승호 PD의 원상복귀를 포함해 일방적 인사발령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3일 오전 시사교양국 총회에서 “(복귀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혀 인사 조치를 되돌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 PD는 “납득할만한 해명이 나올 때까지는 자리 이동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그가 〈PD수첩〉 팀에서 준비 중이던 소망교회 내부 비리에 대한 취재는 ‘잠정 보류’ 상태가 불가피해졌다.

-교체를 예상했나.

“작년부터 교체 얘기는 있었다. 김재철 사장이 연임하게 되면 〈PD수첩〉과 시사교양국을 손보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손을 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를 뺀다는 것이다. 그런 시도를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통상적인 사전 논의 절차도 생략됐다고 들었다.

“의사를 물어보기는 했는데, 나는 남아 있겠다고 했고, 홍상운 PD는 물론 다들 남아 있겠다고 했는데 일방적으로 인사를 내버렸다. 그리고 〈PD수첩〉에 오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사람들을 이쪽(PD수첩)으로 강제 발령했다. 이걸 나름대로 합리화시키기 위해 ‘공정한 기준’이라며 1년이라는 몰상식한 기준을 내세운 거다.”

-이번 인사가 〈PD수첩〉에 어떤 영향을 줄 거라고 보나.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이 탐사 프로그램 나름의 전문성을 기르는 게 쉽지 않다. 나나 박건식 PD 같은 경우 탐사보도를 정말 제대로 해보기 위해 미국에서 같이 공부도 했고, 돌아와서 새로운 과학탐사보도(CAR) 시스템을 도입했던 것이다.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그런 전문성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동안 성과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니 어떻게 보면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교체를) 시키면서 흐름이 끊기게 됐다. 심층탐사보도에 대해 길러온 부분들이 타격을 받고 또 다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 거다.”

-탐사저널리즘의 영역을 구축해 온 최 PD와 박건식 PD 등 〈PD수첩〉의 핵심 인력이 모두 교체되면서 탐사보도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 안타까움이 크다. 전체적으로 우리 한국 사회에서 비판적 저널리즘을 싹을 자르려고 하는 권력의 음모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단순히 시사교양국장이 혼자 일한다고 상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 연결이 돼 있고, 배후에는 권력이 있다.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아주 철저하게 침묵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KBS도 정연주 전 사장이 해임되고 사장이 바뀌면서 탐사보도팀이 해체되고 시사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비판적 목소리를 잃어가는 수순을 밟았다. 요즘 MBC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KBS의 상황과 매우 닮았다.

“그동안 KBS에서 일어난 일들이 MBC는 조금 늦게 일어난 거다. MBC 구성원들이 내부적으로 단합해 권력에 저항한 부분도 있고, 또 한편으론 현 정부가 출범할 때 당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그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이들이어서 당장 사장을 친정부 성향으로 바꾼다거나 하지 못했다. 그랬던 게 새 방문진 이사진이 선임되면서 엄기영이라는 무색무취의 사람조차 견디지 못하고 쫓아내고, 김재철 사장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그때까지는 우리 동력이 있어서 지난 1년간은 우리 공간을 지킬 수 있었던 거다.

그런데 (김재철 사장이) 연임되면서 더 우월한 힘으로 찍어 누르고 막무가내로 볼 것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힘을 휘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힘없는 구성원들은 휘두르면 휘둘릴 수밖에 없다. 노조를 중심으로 해서 피로 증상도 있기는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금 MBC 전체 분위기가 다 그렇다. 보도국, 라디오본부, 경영도 마찬가지다.”

-시사교양국을 포함해 MBC의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나.

“권력은 점점 힘이 빠지고 있는 상황인데,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마지막 힘을 써가며 MBC를 침묵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고, MBC 구성원들은 싸우는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조합이 전면적 파업을 한다든지 그런 수순으로 가지 않더라도 이런 부분들이 결국 내부적인 내압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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