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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교회·무릎기도 등 불방 줄줄이…비판프로그램 입지 좁아져

윤길용 MBC 시사교양국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무릎 기도’ 사건에 대한 취재 중단을 지시하며 “의도된 행위가 아니라 일과성 해프닝인데 아이템으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지난 7일 시사교양국 PD들과의 면담에서도 “대통령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냥 돌출적인 부분인데, 이 아이템을 다루면 MB 깎아내리기로 볼 수 있다”며 “제작 기간이 짧아 공정성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과 함께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조차도 비중 있게 다룬 사안을 윤 국장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사교양국 PD들은 “‘MB의 국가조찬기도회 무릎 기도’ 사건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소망교회 전성시대’ 논란, 이슬람 채권 논란, 조용기 목사의 이명박 대통령 하야 발언 등이 터져 나온데 이어 발생한 사건으로 정치와 종교와의 상관관계와 관련해 매우 큰 상징성을 보여준 문제”라고 반박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이 지난 4일 여의도 MBC 앞에서 최근의 시사교양국 인사와 〈PD수첩〉 불방 사태를 비판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PD저널
결국 중요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라는 지점이다. 시사교양국 PD들은 윤 국장의 취재 중단 지시에 대해 “‘PD수첩’은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이나 기독교 문제가 포함된 그 어떤 아이템도 다루지 말라는 포고령”이라고 성토했다. 윤 국장은 취임 직후 소망교회의 내부 비리를 취재 중이던 최승호 〈PD수첩〉 PD를 다른 부서로 강제 발령해 논란을 빚었다. 윤 국장은 “최 PD가 소망교회를 취재 중인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출석했던 교회에 대한 비판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란 의구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성역은 없다”는 윤 국장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PD수첩〉의 권력 비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당장 최승호 PD와 박건식 PD 등 성역에 대한 고발에 앞장서 왔던 〈PD수첩〉 주요 제작진이 대거 물갈이 됐고, 편성본부 이관으로 보다 직접적인 사측의 감시망 안에 놓인 셈이 됐다.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정권이 불편해 할 사안은 다 쳐낼 텐데 어떻게 권력을 비판할 수 있겠냐”고 혀를 찼다.

〈PD수첩〉 흠집 내기도 계속 되고 있다. 김현종 MBC 시사교양3부장은 지난 3일 시사교양국 총회에서 “〈PD수첩〉의 노동운동 편향성, 정치적 편향성의 정도가 지나치다”며 “최승호 PD는 유능하지만 정치색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 여당 측 이사들이 〈PD수첩〉이 편향됐다고 줄곧 주장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당 추천의 차기환 이사는 지난달 MBC 사장 면접에서 〈PD수첩〉의 ‘공정사회와 낙하산’편을 들어 공정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부터 4대강 사업, 낙하산 인사, 종교(소망교회) 논란까지 이명박 대통령에 관한 비판적 보도가 아예 원천적으로 차단되거나, 향후 공세의 빌미가 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여당 측이 다수인 방문진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은 김재철 사장의 연임과 그의 ‘직계 후배’인 윤길용 시사교양국장 임명으로 보다 노골화 될 것이란 지적이다.

▲ 지난 4일 저녁 여의도 MBC 앞에서 열린 'PD수첩' 지키기 촛불 모임에서 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있다. ⓒ이봉구
권력에 대한 비판이 위축되면서 〈PD수첩〉이 연성화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윤길용 국장이 경쟁력 강화를 빌미로 자극적인 아이템을 앞세워 시청률을 올리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국장은 지난 7일 PD들과의 면담에서 “〈PD수첩〉이 올 들어 5% 정도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0%를 넘는다”며 시청률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일련의 사태에 비춰 볼 때 MBC 한 PD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KBS의 경우도 사장이 바뀌면서 탐사보도팀이 우선 해체되고, 시사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추적 60분〉이 ‘손질’됐다. 지금 MBC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와 같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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