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평화가 풍요의 바다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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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평화가 풍요의 바다를 만든다
  • 김순규 목포MBC PD
  • 승인 2011.03.0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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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다시 보자는 아니 제대로 보자는 특집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G2로 불리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가져 온 소비시장의 변화, 대국굴기의 패권주의, 중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정서, 중국유학생들이 느끼는 반한감정과 관련된 기사들이다. 최근 중국내 수요증가로 중국산 수입물량이 줄어들면서 수입품의 가격인상이 국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결과만 봐도 중국은 이제 한국인의 생활 구석구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로 부각됐다. 

오래전부터 겪어 왔지만 중국의 존재를 더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서해의 어민들이다. 지난 2월 흑산도 홍어 잡이 취재를 갔을 때의 일이다. 현재 홍어 잡이는 흑산 본도와 홍도2구에 총 7척이 허가를 받아 이뤄지고 있다. 한때 사라질 뻔했던 홍어 잡이는 연간 쿼터제, 금어기, 금지체장(4kg 이하 금지) 등 정부와 어민들이 타협을 통해 자원고갈을 막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민들은 “우리만 자원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면 뭣하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영해선을 침범해 치어까지 싹쓸이 조업을 하는 중국의 저인망어선들 때문이었다. 홍어 잡이 어민들에게 가장 골치 아픈 존재인 셈이다.

그런데 2월의 조업현장에선 중국 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놈들 시방 춘절이라 명절 쇠러 가서 없고 3,4월이면 이 바닥이 중국배로 새까맣게 되부러라”라는 선장의 대답에 이어 “작년에 천안함, 연평도 포격사건 터지고 중국 배들 진짜로 많았제라….” 한반도 서해상에 긴장이 고조되면 NLL쪽으로 관심이 쏠리기 때문에 중국의 불법조업이 기승을 부린다는 이야기다. 해경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특별단속에 나서지만 선단으로 조직화된 대응에는 중과부적이고 더군다나 불법조업으로 인한 이득이 단속으로 납부하는 벌금보다 많아서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해로 회유하는 동아시아 대표어종 참조기조업도 마찬가지다. 동중국해일대에서 월동을 위해 남하하거나 산란을 위해 대장조기를 따라 북상하는 참조기 떼들은 제주 서쪽바다부터 추자, 가거도, 만재해역을 거치는데 중국 저인망 싹쓸이 조업의 표적이 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통계만보더라도 1990년대 초반 3만 톤 정도 되던 한국과 중국의 참조기어획량이 2010년 한국은 그대로인데 반해 중국은 35만 톤에 이를 정도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홍어 잡이와 마찬가지로 자원회복사업을 하고 있는 참조기, 갈치, 꽃게 등 서해의 대표어종들은 모두 자원이 남획되고 어장은 황폐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 김순규 목포MBC PD

‘공공목장의 비극’이란 이론을 제시한 하딘은 공공적으로 접근이 허용된 목초지를 놓고 목동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가축들을 들여놓으려 한다면 과다사육으로 인해 재앙을 초래하게 되는데, 개인의 입장에서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인 선택이 적절한 통제가 없을 때 맞이하는 비극을 역설한 것이다. 마찬가지다. 동아시아 바다를 공유하는 한국과 중국이 자원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지 못할 때 지금 우리만 추진하는 자원회복정책은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갈수록 연안수역이 고갈되면서 서해 먼 바다에서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하는 현실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외교적 협력을 위한 노력이다. 평화와 협력이 풍요로운 바다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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