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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바라본 오늘의 한국

|contsmark0|지금 맡고 있는 프로그램<생방송 세계는 지금>에 ‘세계가 본 한국’이라는 코너가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외국 언론의 한국관련 보도들을 간추려 시청자에게 보고하는 코너이다. 준비를 위해 이것저것 기사들을 챙겨서 읽다 보면 마음 한 구석을 씁쓸하게 만드는 내용들이 적지 않다. 이번 주 기억에 남는 몇 개를 꼽아봤다.
|contsmark1|뉴욕 타임즈 14일자는 자칭 ‘구국결사대’의 손가락 절단 시위를 보도했다.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신사참배에 분노하는 한국의 분위기를 전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한 모양이다. ‘검은 정장’을 입고 ‘억수로 쏟아지는 빗속에 줄지어 서서’ ‘마이크를 든 남자’의 지휘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작두로 손가락을 썰어 태극기에 싸는’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며 한마디 덧붙인다.
|contsmark2|“이 시위자들은 보스에게 충성을 보이기 위해 손가락을 자르는 한국의 조직폭력배들(korean gangsters)의 의식을 차용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상대방에게 강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손가락을 자른다든가 머리를 삭발하는 장면은 일본 아니면 우리나라에서만 본 것 같다.
|contsmark3|9일, 10일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즈, 파이낸셜 타임즈 등은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사가 한국에 담배공장을 설립한다는 소식을 비중있는 기사로 다뤘다. 세계 8위의 담배소비국의 담배 독점생산구조가 깨지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contsmark4|그런데 기사를 보면 메이저 담배회사에게 한국은 한마디로 ‘돈 되는 시장(lucrative market)이다.
|contsmark5|왜냐하면 ‘남성 및 청소년 흡연 인구가 많고 금연캠페인이 유명하게 약한’(notoriosly weak) 국가이기 때문이다. 최근 주변에 담배피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고 금연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되는 듯 느껴지지만 여전히 한국은 세계 기준에서 보면 남성흡연률 1위의 흡연애호국가이다.
|contsmark6|27일자 비즈니스 위크는 하필이면 한 방송사의 pd 경우를 사례로 제시하면서 한국의 절망적인 교육현실 때문에 식구들을 이민 보내고 혼자 남은 남편들이 많다는 기사를 실었다.
|contsmark7|기사에 보니 한국은 지난 20년간 교육개혁을 위해 꽤나 많은 조치들을 취했는데 그것은 교육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들이었다. 즉 선거 때 집권당이 표를 더 많이 얻기 위해 중고등학교 입시제도를 없애고 사지선다형 대학입시제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많은 개혁안을 내놓는 듯 하지만, 98년 취임이래 교육부 장관을 6번 교체한 사실 자체가 교육은 정치적으로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education is a political football’)는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을 따름이라고 비판한다. 외국에서 보기에 우리교육의 획일주의, 평등주의는 확실히 비정상인 모양이다.
|contsmark8|축의금, 조의금 문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자 la 타임즈는 먼 친척이나 사업상 지인, 졸업 후 서로 언제 만났었는지 기억도 잘 안나는 학교동창생, 심지어 군대동기들에게까지 결혼청첩을 보내고, 반 이상의 하객이 돈만 내고 곧장 피로연장으로 달려갔다가(invade the buffet table) 밥만 먹고 빠져나가는(slip out)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으로 묘사한다.
|contsmark9|상호부조의 미풍양속인 듯 하지만 왜곡된 자기과시의 비정상적 관습이라는 비판이다.이상이 이번 주 ‘세계가 본 한국’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한국에 관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소식들은 구색을 갖추기 위해 일부러 찾지 않는 한 잘 보이지 않는다.
|contsmark10|물론 이들 매체들은 자기 나름의 주관적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때로는 자국이나 자사와 관련된 자본의 논리를 관철시키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기사를 쓰는 경우도 많다.
|contsmark11|하지만 이러한 기사에서 지적하는 한국의 모습이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하고 마냥 지킬만한 가치로운 것이 아니라면 변화하는 것이 지혜롭다. 그 변화는 당장의 법이나 제도의 변화보다는 극동의 반도 한켠에 갇혀서 미처 인식하지도 못한 채 자연스럽게 체화되어 가지고 있는 폐쇄된 생각의 틀을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contsmark12|한창록 kbs 기획제작국 pd
|contsmark13||contsmark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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