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방송’ 보수 논조 재생산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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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방송’ 보수 논조 재생산 우려 ‘여전’
종편사, 보도공정성 방안 제시했지만 실효성은 ‘글쎄’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1.03.1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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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2시부터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주최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종합편성채널 보도의 공정성,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PD저널

신규 종합편성채널들이 보도 공정성 확보방안을 내놨다. CSTV(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MBS(매일경제)는 모두 공정방송위원회나 시청자위원회 등을 통해 공영성을 확보하고 제도를 통해 편성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종편채널에서 가장 큰 우려로 지적되는 신문사 논조 재생산에 의한 보수 여론 획일화에 대해서는 사업자 대부분이 신문사와의 ‘통합뉴스룸’ 운영에 긍정적 입장을 밝혀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들 종편채널은 방송사 인력충원을 위해 지상파 경력 PD를 적극적으로 영입할 것을 시사해 앞으로 벌어질 ‘지상파 인기PD 모셔오기’ 쟁탈전을 예고했다.

신문사 논조 그대로 종편 채널 뉴스로 옮겨갈 확률 높아

▲ 지난 10일 오후 2시부터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주최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종합편성채널 보도의 공정성,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PD저널
지난 10일 오후 2시부터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공영방송발전을위한 시민연대’ 주최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종합편성채널 보도의 공정성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였다. 이날 한 자리에 모인 ‘조중동매’ 종편채널 사업 관계자들은 저마다의 공정성 방안을 내놨다.

우선 지상파 보도와의 차별화 방안으로 기존의 신문사 ‘노하우’를 이용하겠다는 데에 의견이 대부분 일치했다. 김차수 동아일보 방송설립추진단 보도본부장은 “‘동아일보’와 ‘신동아’, ‘주간동아’ 등을 통해 시사성 있는 심층 기획이나 탐사보도의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이 역량을 방송으로 전환시키고 활용하는 문제가 남았다”고 밝혔다.

신방겸영 상황에서 신문 편집 경향성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과 관련해 김 본부장은 “신문과 방송의 매체 성격, 타켓층이 다른 상황에서 신문이 방송을 겸영한다고 논조의 동일화 등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통합뉴스룸 운영방안과 관련해서도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없는지 여부를 깊게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통합뉴스룸 조직은 분류하되 취재정보는 공유하는 시스템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김 본부장은 “TV아사히는 아사히신문이 취재한 기사를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하고 있다”며 “동아미디어그룹 소속 기자들이 취재한 정보를 채널 A에서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면 (인력부족으로) 빠지는 부분을 상당부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이 경우 <동아일보>의 보도가 그대로 채널A로 옮겨간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예상가능하다.

강효상 조선일보 CSTV 보도본부장도 “신문의 편집방향과 무관하게 자체 방송이념과 방송법에 규정된 공적책임을 실현하는 보도를 할 것이다”, “방송은 신문과 별도 법인이며, 보도본부는 신문 편집국과 독자적으로 운영된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하지만 강 본부장은 “주요 이슈에 대해선 공동기획 및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 밝혀 <조선일보>와의 ‘협력’가능성을 시사했다.

강 본부장은 이어 “효율적인 다(多)플랫폼 콘텐츠 제작을 위해 기획단계에서 (조선일보와) 취재정보를 공유하고 사안에 따라 공동제작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통합뉴스룸에 대해서도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경영합리화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시스템”이라며 “조선일보가 그동안 한국사회에 보여준 긍정적 저널리즘의 실적은 종편이 계승해야 한다”고 자신했다. 

이규연 중앙일보 jTBC 보도국장 또한 “능동적인 신문독자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는 요구와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신문의 의견을 방송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국장 역시 “지상파보다 적은 규모로 보도국을 운영하며 앞선 보도를 할 수 있다고 믿는 근간에는 신문 및 인터넷에서 쌓인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라며 “신문 방송이 협력하는 시스템은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해 <중앙일보> 의 ‘계승’을 시사했다.

정치 경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유지 방안은 지상파와 유사
지상파 PD 영입도 활발히 진행될 듯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방안에 대해 종편채널들은 기존 지상파에 존재하는 방안들과 대체로 유사한 안을 내놓았다. 김차수 채널A 보도본부장은 “시청자 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고 사회책임리포트(CSR리포트)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강효상 CSTV 보도본부장은 “시청자 위원회 산하 특별기구로 CSTV 또는 CSTV 주요 주주와 직간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7인 이상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공정보도특별위원회를 둘 것”이라 밝혔다. 김 본부장은 “기존 지상파는 갈등이 발생하면 파업 등 극단적인 노사대립으로 이어지지만 CSTV는 공정보도특위를 통해 합리적 조정이 가능할 수 있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이규연 jTBC 보도국장은 “글로벌 파트너인 CNN, TV아사히의 공정성 확보 제도를 참고해 매뉴얼을 제공할 것”이라며 공정보도위원회 설치를 예고했다. 이 국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지침을 반영한 자체 심의기구를 설치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방송국의 조직구성을 위해 지상파 PD를 적극 영입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강효상 CSTV 보도본부장은 “기존 지상파와 케이블뉴스채널에서 최고의 역량을 가진 스타급 기자와 PD를 경력직으로 채용해 이들을 중심으로 보도본부를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김차수 채널 A 보도본부장도 “기존 지상파를 비롯한 방송사와 신문사 잡지사에서 인력을 스카웃할 것”이라 예고했다. 이규연 jTBC 보도국장은 “SBS보다는 가볍게 하되 MBN보다는 인력이 많아야 한다는 판단”이라며 추후 경력직 채용을 시사했다.

정박문 <매일경제> 종편출범위원회 부장은 방송인력 구성과 관련해 “기존의 보도채널 MBN을 계승하며 상대적으로 (구성이) 용이하다”며 “MBN은 기자만 100명이고 아나운서, 뉴스PD, 편집 등을 합쳐 보도국 정규직만 200명”이라 밝혔다. 통합뉴스룸에 대해서는 “문자 그대로의 뉴스룸 통합은 현재로선 쉽지 않다”고 밝혔으며,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는 “노조가 참여하는 공정방송위원회”를 내걸었다.

전문가들, 종편의 보도공정성 방안에 회의적

앞서 등장한 종편채널의 보도 공정성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종편 채널의 발제를 들은 뒤 “종편채널 허가에 반대해 온 사람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정치권력·자본권력과의 유착, 신문 논조의 종편을 통한 재생산 문제”라고 전하며 “신문과 방송의 운영 및 논조에서의 실질적 분리 문제, 과당경쟁 문제 등에 대한 설득력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앞서 밝힌 종편채널들의 공정성 방안에 대해 “이 정도의 원칙론으로 기존의 사회적 우려가 불식되기는 어렵다”고 평한 뒤 “종편채널은 시작부터 지나친 생존경쟁으로 외주 제작과 외국 프로그램 수입에 의존하면서 프로그램 선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공익성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도 “신문의 자유와 방송의 자유는 성격이 다르다. 신문의 자유는 의사표현의 자유지만, 방송의 자유는 시청자에 봉사는 자유”라며 “신문 보도에서 나타는 경향성을 방송에서 강하게 드러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종편 방송사 모두 저녁 종합 뉴스에 새로운 포맷의 뉴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단기간에 대안적 뉴스 포맷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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